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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영화 ⑪ <블레이드 러너>

감독: 리들리 스콧
주연: 해리슨 포드, 숀 영, 룻거 하우어

한시절 여름 영화관을 주름잡았던 귀신과 악마와 괴물들이 90년대 들어서 힘을 잃고 있다. 대신 요즘 스크린을 활보하는 주인공은 괴상한 몰골의 외계인들이나 초매가톤급 액션이 장기인 서양 용병들이다. 이들의 현란한 활약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까지가 ‘인간’ 혹은 ‘인간적’의 기준인지가 점점 모호해진다. 거기다가 인간과 똑같은 아니 오히려 인간보다 더한 생명에의 애착을 갖는 합성인간들까지 출현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들에게도 인권이 있는 걸까. 이 한편의 영화를 진지하게 본다면 쉽게 ‘없다’라는 대답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때는 2019년 LA, 거리는 온갖 불빛에 싸여 있지만 어둡고 칙칙하다. “우주 식민지가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라는 멘트가 심상하게 흘러나오고 대형 전광판에는 한자와 일본 여인의 얼굴로 가득하다. 이 암울한 도시에 노예로 제작된 레플리컨트(합성인간) 6명이 우주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지구로 잠입한다. 제품명은 넥서스, 수명은 4년. 이들은 얼마 남았는지도 모르는 자신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지만, 레플리컨트 전문 경찰인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해리슨 포드)에게 차례로 ‘제거’당한다. 최후까지 남은 자는 로이라는 이름의 전투용 레플리컨트. 인간보다 월등한 지능과 괴력을 갖춘 그는 데커드와 ‘목숨’을 건 멋진 게임을 시작한다.

인간과 레플리컨트는 육안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레플리컨트들은 외형만 인간을 닮은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사랑하며, 유년의 추억까지도 이식된 존재들이다. 그들은 당당하게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쯤되면 존재의 정의가 혼란스러워진다. 그러나 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블레이드 러너인 데커드와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개프는 계속해서 종이 유니콘을 접고 데커드는 달리는 유니콘 꿈을 꾼다. 데커드에게는 유독 과거를 증명하는 흑백사진‘만’ 있고, 개프는 데커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과연 블레이드 러너는 누구인가. 물론 해답은 관객에게 맡겨져 있다.

․감상포인트: 완벽한 레플리컨트인 로이를 연기한 룻거 하우어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만일 데커드마저 레플리컨트라는 판단이 선다면 과연 생명의 가치와 인권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자. 진지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 내다보는 미래사회가 이렇게 어두운 이유는 무엇일까?

마지막으로 감성적인 관객을 위한 퀴즈 하나. 죽음을 맞이하는 로이의 행동과 모습에서 연상될 수 있는 인물은?(힌트: 못에 찔린 손바닥, 가슴에 안은 비둘기, 그리고 최후의 순간에 자신을 제거하려던 인간을 구해준 것)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영화반 김경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