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양심수가 하나도 없다.” “공산주의자와 폭력행위자는 양심수가 아니다.” 과연 그러한가?
최근 김대중 총재의 발언과 서준식 씨의 구속 등으로 불거진 이러한 논란과 관련, 7일 대한성공회 대강당에서는 경실련, 참여연대, 민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와 인권위원회, 민가협 공동주최로 ‘양심수 문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초청자 가운데 국민회의를 제외한 각 정당 및 법무부 관계자가 불참해 다소 김빠진 토론회가 되긴 했지만, 자리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양심수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 주었다.
토론회의 주요 쟁점은 역시 “양심수란 누구인가”였다.
발제자로 나선 박원순(참여연대 사무처장) 변호사는 “한국정부가 국제인권조약에 가입한 이상 국제인권조약이 규정하는 사상․표현의 자유를 기본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전제하며 “양심수에 대한 국제 앰네스티의 정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양심수에 대해 “폭력을 주창하거나 직접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신념이나 인종․언어․국적․사회경제적 지위 때문에 감금된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강금실 변호사의 주장은 한발 더 나갔다. 그는 “앰네스티 기준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나 통용되는 기준”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온전치 못한 우리나라에선 폭력을 주장했다고 하더라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양심수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승리21 정책위원장인 최규엽 씨도 “역사적 조건에 따라 폭력이 ‘정의의 전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며 “폭력을 사용한 사람도 넓은 범주의 사상범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인섭(서울대) 교수는 “정치적 신념의 표현만으론 죄가 될 수 없고, 폭력성은 그 행위를 중점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과거 학생운동의 폭력과 달리 한총련의 폭력은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양심수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수언론 질타
토론자로 참석한 언론인들은 언론에 대한 따가운 질타와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손석춘(한겨레 노조위원장) 기자는 “언론의 반공컴플렉스 공세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한계있는 의식’조차도 왜곡시켰다”며 수구언론에 공세를 퍼부었고, 동시에 “양심수 문제를 외면해 오던 보수언론들이 최근 양심수 관련 보도를 내보냈지만, 그나마 공안당국의 입장을 소개하기 위한 의도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김훈 시사저널 편집국장도 “마광수, 장정일 씨가 구속됐을 때 대서특필하던 언론이 서준식 씨의 구속에 대해선 침묵을 지켰다”며 “이는 양심수나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한 언론과 사회의 정신병리현상의 하나”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당인으론 유일하게 참석한 신기남(국민회의) 의원은 재야 및 시민운동단체의 비난을 의식한 듯 “선거를 앞둔 시기이니 이해하고 집권후를 기대해 달라”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국민회의의 당론이 ‘용서 차원에서의 사면’임을 거듭 밝히며, “집권하면 양심수를 전향적으로 석방하고 근원적으로 비민주적 악법을 개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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