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김영삼 정부 인권상황 토론회
2일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열린 '김영삼 정부하의 인권상황 평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김영삼 정부에게 낙제점을 주었다.
주제발표로 나선 차병직 변호사는 "김영삼 정부 출범 1년을 맞는 시점에서 제기됐던 문제들, 즉 △과거 인권침해에 대한 청산작업 △경찰·안기부·검찰·법원 등 인권관련 국가기구의 개혁 △반인권적 법령 및 관행 △일반시민과 법집행 관리자들의 인권의식 함양 등 모든 과제들이 실패 또는 미완으로 끝나고 말았다"며 "그나마 개선된 부분도 정부의 정책과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저항과 요구에 의해 얻어진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무정책, 무개념, 무의지
김영삼 정부의 인권정책이 실패한 원인에 대해선 참석자 모두 '정부의 무정책·무개념·무의지'를 질타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경선(방송대 법학)교수는 "정부가 소수자보호라는 법치주의의 본질을 무시했기 때문에 인권의 진전이 실패로 끝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종철 한겨레 논설위원은 "인권을 이해 못한 김영삼 정부에 기대를 거는 것 자체가 환상이었다"고 말했다. 유선영 변호사도 "토끼몰이와 마녀사냥식 정국운영만 매달리면서 국가보안법과 안기부 등 인권탄압기구를 온존시키는 등, 김영삼 정부는 인권에 대해 아무런 개념도 없었던 정부"라고 비판했다.
한편,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사무국장은 "인권개선이 실패한 데는 인권운동이 자기 몫을 못한 책임도 크다"고 밝혔다. 그는 "90년대 인권운동도 여전히 사건을 뒤쫓아가기 바쁜 모습이었으며, 여러 인권단체들의 각개약진을 전체 인권문제에 대한 연대의 틀로 묶지 못한 것은 반성해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차기정권에서 실현해야 할 과제들도 제출됐다.
차병직 변호사는 "김영삼 정부의 인권문제 여전히 차기정부의 과제로 남아 있다"고 전제한 뒤, △인권을 독립된 정책대상으로 실질화하기 위해 국내법과 제도를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정비할 것 △인권개념으로부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권리의 내용을 확정하고 실현방법을 강구 할 것 △인권교육 전문가의 양성과 각급 교육기관에서의 인권교육 제도화 등을 요청했다. 또한 "차기정권에서는 국가경쟁력의 강화라는 명분 때문에 사회권이 특히 소홀히 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사회권의 확대와 신장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