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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해설> DJ의 이중적 '전향'관, 한겨레 인터뷰서 '사상전향제' 언급

"사상자유 인정하지만, '다짐'절차 있어야"


14일 김대중 대통령은 <한겨레> 창간 기념(5.15일자)으로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취임 이후 최초로 사상전향제도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애매한 이중어법을 구사하며 전향문제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비켜갔다.

우선 김 대통령의 인터뷰 가운데 주목되는 부분은 "사람들의 머리에 든 사상을 억지로 바꾸는 것은 '양심 침해'니까 찬성하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이는 김 대통령이 '양심·사상의 자유'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 대통령의 또다른 언급에서는 '전향제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사가 드러나고 있다. 바로 "이 사회의 질서를 지키고 혼란을 야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다짐'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이다. 김 대통령이 말하는 '다짐'의 형식이 무엇이든간에(단순한 구두언급이든, 각서 또는 반성문이든), 그것은 결국 '양심과 침묵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일 수 밖에 없다.

한편 김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 사상전향제도가 실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진정으로 '사상·양심의 자유'를 존중한다면, 우선 전향제도의 존재를 솔직히 인정한 뒤, 이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단호히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