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종묘공원에서 만난 사람들
27, 28일 양일간 벌어진 민주노총의 시한부 파업이 끝났다. 이번 총파업에 대해 정부와 재계, 언론이 '국가를 말아먹는 행위'라며 강력히 비난하는 속에도, 28일 종묘공원에 나선 학생·시민·노동자 가운데는 총파업의 불가피성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편집자주>.
▶ 이제 남은 것은 죽음 같은 절망뿐 - 이석찬(56·무직)
"지금 정부는 IMF다, 경제위기다 해서 모두들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하는데 솔직히 우리 같은 서민들이 더 이상 졸라맬 허리띠가 어디 있습니까? 이제 우리 같은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다 못해 목까지 졸라맬 벼랑 끝에 몰린 처지입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을 보세요. 다들 어려운 가운데서도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겠다는 의지로 버티던 사람들이 더 이상 사는 것이 괴로워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에요. 이게 어디 사람이 살 세상입니까?"
▶ 부의 균등한 재분배가 필요 - 최은영(22·대학생)
"다들 알다시피 이 곳에 있는 분들이 일을 안 해서 이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한쪽으로 모든 부가 치우쳤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당연히 그것에 대해서 다시 빼앗아 오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해요. 골고루 나누어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겠지요."
▶ 일할 권리의 수호는 나라의 의무 - 이숙자(58·가정주부)
"이러한 총파업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느니, 더욱 실업을 증가시킨다느니 하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아마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책 없이 내몰린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 겁니까? 지금의 정부는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더욱 큰 어려움의 책임을 맡기려고 하는 것 같아요. 최소한 국민이 인간답게 살수 있는 방도는 마련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일할 수 있고 일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기회를 주는 것이 정부의 의무가 아닐까 합니다."
▶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터 - 김태진(47·민노총 공익노련)
"노동자들을 구제하기보다는 탄압만을 외치고 있는 정부를 볼 때 우리의 살길은 우리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이 더욱 큽니다. 정부에서는 이번 우리의 총파업을 불법으로 규제하고 강경대응하겠다고 했는데 우리집행부는 이미 구속 결의를 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단위 사업장에서도 역시 이러한 탄압에 대비해 2기, 3기 집행부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두 진지한 상황인식이 되어 있으며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굳은 의지로 이번 사태에 맞서고 있다는 것을 표명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