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옹호자’라는 말은 참 낯선 말입니다. 인권옹호자라는 말은 유엔인권기구에서 주로 쓰는 말이에요. 저와 같은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모두 일컬어 인권옹호자라고 해요. 영어로는 'Human Rights Defenders'라고 하는데, 직역하며 인권을 방어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니, 약간은 소극적인 느낌이 드네요. 그래서인지 인권활동가라는 말이 더 익숙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인권옹호자라는 말은 매우 광범위하게 쓰여요. 세계인권선언이나 각종 규약에 있는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활동하는 사람이 모두 인권옹호자에요. 꼭 인권단체 활동가만으로 한정하는 뜻이 아니에요. 희망버스를 타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투쟁에 함께 했던 사람들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지요.
그런데 최근 요 ‘인권옹호자’라는 말을 참 많이 쓰고 있어요. 바로 5월 29일에 마가렛 세카기야 유엔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고 해서, 여러 인권단체들이 모여서 대응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인권운동사랑방도 거기에 함께 하고 있구요.
유엔 인권옹호자특별보고관 한국 공식 방문
유엔인권옹호자선언은 세계인권선언 제정 50주년을 맞아 1998년 12월 9일에 채택되었어요. 그리고 주제별 특별보고관으로 ‘유엔인권옹호자특별보고관’이 임명되었어요. 인권옹호자의 활동과 상황에 대해 조사하고 이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주로 하지요. 사실 동남아시아의 독재국가에서는 인권옹호자-인권활동가들에 대한 물리적 폭력과 납치, 살해 등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공식적 조사는 힘을 받지요. 2010년에 한국을 공식 방문한 프랑크 라 뤼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처럼, 주제별로 인권상황을 정기검토하기 위해 유엔에 가입된 나라들을 공식방문해요. 방문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년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한국보고서를 발표하고 한국정부에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권고하지요, 그런점에서 한국를 방문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정부가 인권옹호자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한국에 있는 인권활동가들이 한국의 상황을 국제기구에 여러 번 알린 배경 때문이기도 하지요.(박래군 활동가는 평택과 용산 건으로 구속돼 사랑방이 인권옹호자 탄압으로 두 번이나 유엔특별절차에 긴급호소를 한 바 있지요.)
이번 대응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인권단체들은 한국정부나 기업이 인권옹호자에 대해 가하는 탄압을 국내에도 알리고, 유엔인권기구에도 알리기 위해 대응하기로 했어요. 특히 최근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설치한 대한문 분향소가 철거되고, 강정에서 연일 경찰 폭력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이들의 싸움을 알리고 지지하기 위한 목적도 크고요.
한국인권옹호자 탄압의 경향
오는 5월 6일 오전에 <한국 인권옹호자 실태 보고대회>를 열어요. 한국인권옹호자 탄압의 경향을 함께 공유하고, 실제 권리영역별, 주체별 인권옹호자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고 탄압을 받는지 나누는 자리가 될 거에요. 탄압의 주요 경향 몇 가지를 말하면, 업무방해와 손해배상, 벌금 등의 경제적 제재가 매우 늘고 있다는 점이요. 대부분 벌금폭탄 때문에 후원주점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그리고 최근 보수정권이 들어선 이후 인권옹호자에 대한 탄압은 예전처럼 국가보안법이나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만이 아니라 각종 법을 자의적으로 적용하여 악랄하게 탄압하고 있다는 점이 두 번째 특징이에요. 세 번째로는 보수단체들의 악의적인 왜곡과 백색테러에 가까운 여론몰이와 폭력이 늘고 있다는 점이에요. 최근 차별금지법 발의나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정 때도 드러나듯이 연일 거리와 언론 광고 등을 통해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지요.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거나 협박도 하지요. 참여연대가 천안함 진상규명에 대한 의견서를 유엔에 보내자 가스통을 들고 참여연대에 갈 정도였지요. 그런데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떤 수사도 기소도 안한답니다. 그 외에도 민간인 사찰, 경비업체에 의한 폭력, 국가인권기구의 역할 방기 , 해외활동가 입국거부 및 강제추방 등이 있어요.
그래서 5월 6일 실태 보고대회는 노동권 옹호자, 주거권 옹호자, 환경권 옹호자, 평화 옹호자 ,언론의 자유 옹호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내부고발자, 학생인권 옹호자, 장애인권 옹호자, LGBT 권리 옹호자 등이 구체적인 사례를 발표하면서 함께 머리와 마음을 모으는 자리가 될 거에요.
우리 모두는 인권옹호자
이번 실태보고대회와 인권옹호자특별보고관의 방한으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인권옹호자, 인권활동가로서 생각해보고 활동할 여지를 많이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가 일반시민과 전문 시위꾼을 구분하면서, 모든 사람이 인권옹호자로 나설 수 있는 것을 방해하고 왜곡하는 현실에서 인권활동을 누구나 현실에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좀 더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유엔인권옹호자 선언에서 마음에 드는 세 개의 조항을 소개하면서 마칠게요.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