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계열 (주)오트론, 부당노동행위 판쳐
정부의 '부당노동행위근절'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구로공단에 위치한 한화그룹의 계열사 (주)오트론(대표이사 김용구)에서는 지금 15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부당해고와 징계에 맞서 힘겨운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해고 및 징계 사유는 다름 아니라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것. 이들은 지난 4월 18일경 그때까지 체불되었던 150%의 상여금에 대한 지급약속을 받아달라고 노동부에 진정서를 보냈으며, 그 후 정문 앞에서 진정서 제출을 보고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회사의 명예실추·회사규율 위반·질서문란 등을 이유로 8명 정직, 4명 견책 등 중징계를 내렸으며, 특히 3명은 '경력 및 학력 허위기재' 등의 이유를 추가해 해고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95년 오트론이 한화그룹에 인수될 당시, 한화측에서 53개 항에 이르는 단체협약을 개악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또한 회사는 97년 노조에게 향후 3년간 임단협 위임 등을 요구했고 그해 11월과 올 3월 총 50여 명의 사원을 부서이동, 전환배치를 통한 권고사직, 희망퇴직 형식으로 해고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신규인력 등으로 채웠다.
유금옥 씨는 "장기근속자를 해고하고 신입사원을 채용한 것은 임금을 적게주고 오트론 사원들을 분리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또한 그외에도 근무시간변경을 통한 월차수당의 폐지, 연차수당 부분적 강제적치, 생리수당 부분적 폐지 등으로 실질적으로 임금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 씨에 따르면, 오트론의 생산직 노동자들은 생계를 꾸리기조차 힘든 저임금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 씨는 "5년차 노동자가 월 실수령액 53만원 정도를 받고, 10년을 일해도 60만원을 넘지 않는데, 사측은 작년 12월부터 일방적으로 상여금을 체불하기 시작해 현재 체불 상여금이 2백%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처럼 열악한 조건 아래 노동자들이 기댈 곳은 노동조합뿐이지만, 오트론의 노동조합(위원장 신성균)은 현장조합원들의 목소리를 거의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노조는 지난 4월 노동부에 진정서를 보내고 회사 앞에서 유인물을 배포한 조합원 3명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갖더라도 조합을 통하지 않고는 표현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조합의 단결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기도 했다. 유금옥 씨는 "신성규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기보다는 회사측의 입장만 앞세웠다"며 "노조는 그동안 수많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대책없다' '기다려보자'는 말만 했다"고 밝혔다.
한편 해고와 정직을 당한 노동자들은 연일 출근을 시도했지만 관리직들의 제지로 번번이 실패했으며, 그 과정에서 5월 22일 장명님 씨가 관리직원들에 떠밀리면서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119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또 당시 상황을 촬영하던 조합원들이 관리직원들에게 카메라를 빼앗기는 일도 발생했으며, 여성노동자들이 남자 직원들의 입에 담기 힘든 욕설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유금옥 씨는 또 "사측이 다른 조합원들에게 우리들에 대해 '공산당이다', '외부의 사주를 받고있다'등의 말들을 퍼뜨리며 조합원들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고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