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 도급계약 위장, 노조원 해고
'OK! SK'로 잘 나가는 회사 SK(주)(대표 유승렬)가 노조를 없애고, 불법파견근로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온갖 '꼼수'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SK(주)에 파견돼 주유소 저유, 수선 보수, 물류센터하역 인력 등을 담당해온 인사이트코리아 소속 노동자 30여 명은 지난 3월 노조(위원장 지무영)를 결성했다. 그러나, 단 3일 만에 조합원은 3명만 남게 됐다. SK(주)측에서 '네 사촌 김 아무개 과장이 다칠 수 있다'는 식으로 노조원들을 협박한 결과였다. 이는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들이 주로 SK(주) 직원의 친인척이라는 점을 회사가 이용한 것이다.
이에 노조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아래 지노위)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을 냈고, 지노위는 인사이트코리아측의 부당노동행위 사실을 인정했다. 반면, 지노위는 SK(주)측이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SK(주)를 상대로 한 신청은 각하했다.
그러던 중 지난 11월 1일, 회사는 돌연 노조 관계자 4명에게 SK(주)로의 출근을 금지했고, 지 위원장 등은 "SK에 의한 부당해고"라고 맞섰다.
회사측과 노동자 사이의 공방의 핵심은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들의 지위가 파견근로자인가 아닌가'에 있다. 이들의 노동이 파견근로로 인정되면, 노동자들은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법률'에 따라 올 7월 이후 직접고용되어야 하며, 따라서 SK(주)로의 출근금지 조치는 부당해고가 된다.
실제로 98년 11월 SK(주)가 현장 관리자들에 보낸 공문은 그 동안 인사이트코리아의 용역 인력이 '파견근로 형태로 운영된 점'을 인정하고 있다. 10월 20일 서울지방노동청 판정도 "그간 SK(주)가 실질적으로 파견근로 형태로 용역 인력을 운영한 점"을 확인하고, "파견법에 따라 2년이 경과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든지, 도급 용역을 하든지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SK(주)는 파견근로로 인정되는 걸 막기 위해 온갖 수법을 동원했다. 우선, 파견법이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난 98년 11월, 노동자들 몰래 계약 형식을 도급계약으로 바꿨다. 그리고 올 10월 노조의 진정으로 노동부 감독관이 나온다고 하자, 노동자들에게 "도급을 했다고 하라"는 사전교육을 실시하고 관련 서류를 뜯어 고쳤다. 또 감독관이 나온 당일에는 노조 관계자들에게 교대자를 배치하지 않아 발을 묶어두고, 면담장에는 SK(주) 관리자들이 동석해 질문을 가로챘다. 근로감독관이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에게 "업무는 어떻게 하나?"고 물으면, SK(주) 과장이 "현장 대리인의 지시에 따른다"고 답하는 식이었다.
해고된 노조원들은 매일 오전 회사로 출근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오후에는 시내에서 집회를 통해 부당해고 사실을 고발하는 등 힘겨운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 해설 ◎
파견근로와 도급계약의 차이는 사용업체가 노동자에 대한 작업상의 지휘감독을 행사하느냐 아니냐에 있다. '도급'이란 다른 업체에 일을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맡기는 것으로, 사용업체측이 노동조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이에 회사측이 파견근로를 도급으로 위장하는 사례가 빈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