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건설산업연맹)의 정상적인 노조활동에 '공갈협박과 금품갈취' 혐의가 있다며 집행부를 구속 기소해 '건설노조 말살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5일 안산경찰서는 경기서부건설노조(위원장 이준모) 전현직 조합 간부 20명에게 일제히 소환장을 발부했다. 지난 달 2일에는 대전충청지역건설노조(아래 대전노조) 위원장 등 6명이 "원청회사를 협박하며 단체협상을 요구하고 전임비를 갈취했다"는 혐의로 구속됐고 천안건설노조(아래 천안노조)에서도 같은 혐의로 2명이 구속된 바 있어 집단 소환장을 받은 경기서부건설노조도 마찬가지 혐의를 받고 있음이 확실시되고 있다. 또 용인, 의정부 등 전국 곳곳에서 경찰이 공사현장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전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대전과 천안 검경의 주장은 △하도급 회사 소속인 건설노동자들이 교섭대상이 아닌 원청회사에 교섭을 요구했으며 △노조 활동가가 사측의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단체협상 체결을 요구했고 △노조 전임비를 받아낸 것이 갈취에 해당한다는 것.
이에 대해 건설산업연맹 백석근 부위원장은 "건설현장 인력의 90% 이상이 하도급 회사에 소속돼 있고 휴일이나 임금, 현장 출입 등 노조활동 보장에 실권을 가진 것이 원청 회사이므로 원청과 단협을 체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 "산업안전법과 근로기준법 준수 점검은 노동조합 고유활동 영역"이라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김없이 고소고발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협박이라니 가당치 않다"고 말했다. 백 부위원장은 "전임비 수령이 갈취"라는 주장에 대해 "마치 전임자 개인이 사측을 협박해 갈취를 한 것처럼 몰아세우는 것은 일용직 중심인 건설현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도 "원청회사가 하청회사 소속 노동자들의 노동시간과 노동조건 등 온갖 권한을 행사하며 노동에 따른 이익도 원청이 가져가면서 단체교섭은 실권이 없는 하청으로 미루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노동조합을 조직폭력배로 몰아 노동법도 아닌 일반 형사법으로 노조를 와해시키는 과거 군사정권의 탄압방법이 재연되고 있다"고 어이없어 했다.
수사 과정 또한 짜맞추기 식으로 무리하게 진행돼 물의를 빚고 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교섭 당사자인 사측 관리과장이 조사를 받으러 가보면 이미 4장 정도의 진술서가 작성돼 있고 진술서 내용과 다른 대답이 나오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몇 시간이고 조사를 한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2일 구속된 대전건설노조 이성휘 위원장은 95년에 산재를 당한 장애1급 노동자로 명백히 도주의 위험이 없는데도 구속됐으며 천안건설노조 노선균 부위원장은 구속 후 공갈협박 혐의가 없음이 인정돼 풀려나기도 했다. 경기서부건설노조에서 소환장을 받은 사람 중에는 인큐베이터에 아이가 있는 산후 30일 밖에 안된 산모와 그 남편이 포함돼 있고 결혼을 앞두고 이미 청첩장까지 돌린 새신랑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백 부위원장은 "혐의사실이 근거가 없는데도 1급 장애인인 이 위원장의 보석까지 기각시키면서 무리하게 구속 수사를 하는 것은 건설자본의 청탁을 받은 공안검찰이 비정규직 건설노조를 현장에서 분리시키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건설업 인사 담당자들이 모인 '건인회'는 작년 11월 노동부에 건설일용노조 관련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지난 8월부터는 '전임비 반환 청구소송'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청탁에 따른 기획수사' 의혹을 더하고 있다. 현재 건설산업연맹은 건설시공, 건설중장비, 타워, 레미콘 등 건설업에서 일하는 사무직과 현장 일용직 노동자 2만 5천명을 포괄하고 있으며 산하에 46개 기업노조와 40여 개의 지역, 업종노조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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