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오나요?"
헐렁한 청바지, 짧게 자른 머리, 커다란 배낭. 얼핏보면 명동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대학생들 같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는 유창한 영어와 약간은 서툰 한국어로 진행된다. 지난 30일 고국을 찾아온 이들은 미국 버클리대에 재학중인 재미동포들이다. 책에서만 배우던 한국을 직접 확인하고 체험하기 위해 2주일 일정으로 찾아온 이들은 5일 한국 민주화운동의 성지인 명동성당과 민주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마석 모란공원을 방문했다.
명동성당을 방문한 이들은 아름답고 웅장한 성당의 외관에 깊이 감명을 받은 듯 했다. 그러나 그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그러한 화려함만이 아니었다. 벌써 몇 달째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노동자들의 모습에서 그들은 IMF란 수렁 속에 빠져있는 고국의 아픔을 절감했다. 강미정(3학년) 씨는 "천막에서 생활하는 분들은 기본적 생존권을 위해 싸우고 계시는데 오늘 결혼식장에 오는 차들은 하나같이 벤츠 같은 고급 승용차들뿐이네요. 한국의 IMF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오는 건가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모란공원을 방문한 이들은 차례로 민주열사들의 묘를 참배했다. '열사'니, '분신'이니 하는 생소한 단어의 설명을 듣고 충격을 받은 학생들은 분신 열사의 묘를 참배하는 동안 내내 두려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예전엔 열사들의 시신이 강제로 탈취 당해 화장을 당하기도 했다는 설명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이고 정부인가?"라며 한탄했다.
박한진(4학년·공대) 씨는 "이번 한국 방문으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일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 배운 새로운 사실들에 대해 미국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