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0순위, 실업대책 사각지대
6백여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실업대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IMF구제금융 이후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어 거리로 내몰린 이들은 정부의 실업자 구제책에서도 외면당해 생계파탄의 위협을 받고 있다.
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보험 확충, 실업자 전직훈련, 실직가정 생계비 대출 및 의료비·교육비 보조 등 정부에서 내놓는 주요 실업대책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이러한 대책이 퇴직금도 나오고 실업급여도 받을수 있는 상용근로 실직자들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불우 노인들이나 장애인, 소년소녀가장을 대상으로 한 생활보호대상자에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고용계약이 끝나거나 일거리가 없으면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현재 6백여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구조조정의 한파속에 계속 증가되고 있는 추세다.
이미 지난 2월 현대자동차에서는 회사측의 재계약거부로 약 4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더기로 일자리를 잃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건설업 일용직 노동자들 역시 일거리가 없어 굶고 있거나 일당의 대량삭감 및 노동착취 임금체불 등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전국건설일용노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일용·임시 노동자들중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전체 인원의 15-20%정도에 불과했으며 지난 3월 대구노동자 18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56명이 최근 석달간 한푼의 수입도 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고용불안이 가중되고 일방적인 임금삭감으로 인해 생계가 위협받자 일용직 노동자들은 지역별로 노조를 결성해 집단적인 대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결성된 대구의 일용직노조의 경우 고용주들이 40%의 임금삭감을 담합하자 철근·미장공 등 건설현장 노동자 8백여명이 대구 건설노조를 설립해 20%의 임금 삭감과 조합원 우선채용의 타협을 끌어냈다. 또 전봇대 설치작업 등에 종사하는 한국전력 하청업체 일용직 근로자 120명도 지난 2월 대구 전기원 노조를 결성, 업계의 일방적인 임금삭감에 제동을 걸었다.
이들외에도 울산지역의 윤일산업 노동자들이 사측의 일방적인 임금삭감과 해고위협에 반발, 집단 파업을 통해 사장의 의도를 좌절시켰으며, 미포조선 사내하청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 모임 역시 고용안정과 임금삭감에 대응키 위해 노조결성을 준비중이다. 이제 비정규노동자의 노조결성의 기운은 전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