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인수기업, 노동기본권 탄압
최근 적극적으로 외자를 유치하고 있는 정부가 외국기업에 의한 노동기본권 탄압을 방관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해온 (주)동해는 지난 4월 일본의 다국적기업 '일본 오므론 전장'(일본 재계순위 10위권)에 인수돼 현재 (주)한국 오므론 전장(대표이사 도야마 히로끼, 오므론)이란 간판을 달고 있다. 그러나, 일본기업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고용승계와 노조승계를 거부함에 따라 노동자들의 농성이 89일째 이어지고 있다.
또한 옛 '동해' 노동조합의 이희영 위원장 등은 오므론의 노조탄압과 관련, 노동부의 특별감사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노동부는 "외자유치기업을 특감할 경우 외교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특감을 거부하고 있다.
노조측에 따르면, 오므론은 200%의 상여금과 임금이 체불되어 있던 동해를 인수하면서 △체불임금 100% 삭감 △상여금 200% 삭감 △98년 임금동결 △노조해체 △단체협상 해지 △전임자 축소 등의 조건을 달았다고 한다.
결국 노조 대의원 9명을 제외한 조합원 52명이 생계에 대한 불안으로 회사측 요구에 따랐고, 대의원 9명 중 3명은 강제사직, 나머지 6명은 해고를 당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기업의 인수합병시에도 고용승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노동법 조항을 제시하며 노조의 승계를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측은 이번 인수과정이 '자산매매' 계약이란 이유를 들어 노조승계를 거부했다.
지난해 포항제철에 인수된 삼미특수강의 경우, 중앙노동위원회는 "영업의 일부가 양도된 경우에도 사업의 동질성이 인정되는 한 당사자의 의사 여하에 불구하고 근로관계는 양수인에게 이전하며, 그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는 한 근로관계는 새로운 경영자에게 당연히 승계된다"고 판정한 바 있다. 현재 오므론은 인수과정에서 전 동해 사장이었던 채철 씨를 1년간 공동 사장으로 임명함으로써, 노조탄압 등 부당노동행위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24일 노조측은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이의신청에 대해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노조를 인정치 않는 회사가 판결에 승복할 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회사측이 서울공장을 안성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서둘러 시행하려 하고 있어 고용승계된 노동자들마저 대량 정리해고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