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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주)새한, 유령노조·용역깡패폭력 시비

농성 조합원 , "전기봉, 가스총 맞았다" 주장


노조원 모두가 상경해 행정·공안기관의 탄압을 견디며 한 달 가까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가 있다. (주)새한 구미공장 노동조합. 그들은 오늘도 거리에서 회사의 부실경영을 고발하고 광적인 노조 탄압을 규탄한다.

(주)새한(대표이사 최정덕)은 72년 삼성그룹의 모체인 제일합섬으로 출발하여 95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독립, 폴리에스터 원사와 원면, 필름을 만들어온 회사다. (주)새한은 지난 99년 11월 부채를 2백억원 대로 낮출 수 있다는 계산으로 구미2공장을 일본의 '도레이'사에 매각, 6천억원의 외자를 유치했지만 결국 1조6천억원 대의 부채만을 짊어진 채 지난 6월 2일 워크아웃 판정을 받았다.

회사측은 부실경영의 결과를 노동자에게 전가시킬 뿐 아니라 노조결성 움직임을 집요하게 탄압했다. 회사는 경영난을 핑계로 대부분의 여성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일방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려 했다. 이에 지난 5월 노조원 4백여 명이 △일방적 구조조정 저지 △민주노조 인정 △회사의 투명경영과 부실경영 책임자 사퇴 등을 요구하면서 노조결성을 시도했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 95년 이미 노조가 인가를 받아 활동을 해온 상태"라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지난 7월 6일에는 전기봉과 가스총으로 무장한 용역깡패까지 동원해가며 노조원들의 농성을 강제 해산시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십수 명이 전기봉과 가스총에 나가떨어져 병원으로 실려갔으며, 현장에서 이를 방관만 하던 경찰은 오히려 노조 지도부 4명을 연행해 그 중 2명을 업무방해와 폭행혐의로 구속했다.


악랄한 민주노조 파괴공작

(주)새한 노조 오재석 사무국장에 따르면 회사측이 말하는 소위 '노동조합'이라는 게 사무실은커녕 노조설립 후 단 한 번의 외부행사나 총회도 갖지 않은 유령노조라고 한다. 그는 "95년 당시 구청은 이 노조가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하고 있음을 근거로 이 노조를 받아들였지만 확인해 본 결과 한국노총에 가입도 하지 않은 '유령'임이 드러났다"며 기자에게 한국노총 섬유노련이 보내온 확인서까지 보여준다.

민주노조 설립을 방해하는 회사측의 수법은 악랄하기 짝이 없었다. 민주노조는 지난 6월 구미공장 한 간부의 일기장을 입수한 일이 있었다. 그 일기장으로 회사측이 노동조합의 폭력을 유도한 후 경찰병력을 요청해 농성을 해산시킨다는 시나리오가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한다. 실지로 기자가 확인한 이 간부의 수첩에는 민주노조의 농성이 시작된 후 회사측의 노조파괴지침이 날짜별로 세밀하게 적혀 있었으며, 심지어 7월 10일을 농성장 침탈의 'TARGET-DAY'로 한다는 내용까지 적혀 있었다. 유승진 노조 조사․통계부장은 "이 수첩이 폭로되자 그들은 7월 6일로 날짜를 바꾸어 농성장을 침탈했다"며 분을 삭이지 못한다.

7월 15일에는 본사직원과 용역깡패들이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조합원들을 미행하다 덜미가 잡혔다. 그러자 그들은 그들의 승용차를 놓치지 않으려는 조합원을 본네트에 매단 채 대낮에 시속 80km로 15킬로미터나 질주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민주노조 사람들은 "회사측이 만든 유령노조는 새한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단결권을 침해해 왔고, 노동자들은 어떠한 권리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새한이 무노조정책을 포기하고 민주노조를 인정할 때까지 흔들림 없이 투쟁해 나가겠다며 입을 꽉 다문 그들의 표정에는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의 결의가 서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