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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재범 판단 근거없다"

보안관찰처분 취소소송 승소


과거 국가보안법 복역자들에 대해 사상·양심·신체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해 왔던 보안관찰처분이 또 한 차례 법원에 의해 제동을 당했다.

지난 18일 서울고등법원 제14특별부(재판장 조중한 판사)는 사노맹 사건 출소자 장민성 씨가 제기한 '보안관찰처분 취소 소송'에서 장 씨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97년 1월 박석삼 씨가 제기한 '보안관찰처분 기간 갱신결정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도 박 씨에게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장민성 씨는 91년 사노맹 조직원이라는 혐의로 구속돼 5년간 복역했으며, 출소 후 법무부에 의해 보안관찰대상자로 지정됐다. 당시 법무부는 장 씨가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사노맹 관련 출소자와 수시로 접촉하며 △정부를 권위주의적 정권이라고 규정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보안관찰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재판부는 "장 씨가 안기부 직원들을 고소한 사실이 있고, 보안관찰 관련 조사를 위한 검찰의 소환에 불응했다는 등의 사유는 이미 처벌받은 범죄에 관한 것, 또는 의사표현의 자유, 고소권의 행사에 관한 것들이거나 또는 보안관찰 해당범죄와는 아무런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정들"이라며 "이는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할 만한 자료가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정부를 권위주의적 정권이라고 평가하고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한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범위에 속하는 정도에 불과하여 역시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할 자료로 삼기는 어렵다"며 "피고가 들고 있는 사유들만으로는 원고에게 그러한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로서 충분하지 못하고, 따라서 이 사건 보안관찰처분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 씨가 "보안관찰법 제 18조 제1항의 규정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규정으로 위헌"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의 판단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한편, 같은 사노맹 관련 혐의로 5년씩 복역하고 출소한 이은경, 정명섭 씨 부부도 26일 '보안관찰처분 취소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이들 역시 "법무부의 처분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없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라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창살없는 감옥'으로 불리는 보안관찰처분에 대한 관련자들의 반발이 이번 서울고법의 판결을 계기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