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와 협동에 기반한 새로운 체제 모색되야
'서울국제민중회의‘가 지난 9일부터 서울대학교 경영대 국제회의실에서 열려,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 전세계 민중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대안을 모색해 나갈 것인가’에 관해 진지한 논의가 한창이다.
민주노총, 지식인연대, 민변 등 26개 사회단체들이 조직위를 구성․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멕시코의 ‘사빠띠스따’, 유럽의 실업자 운동 ‘유로마치’, 태국의 ‘가난한 자들의 모임’ 등 외국의 다양한 운동단체들에서도 30여명이 참석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본질과 각국 민중운동의 저항, 그리고 국제연대’라는 주제로 진행된 9일 첫 토론에서 홀거 하이데 교수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실업 문제, 작업장 내 노동통제 문제, 사회보장 감축의 문제, 인종주의, 성차별 등 특수한 문제들의 뿌리는 결국 자본의 파괴적 합리성과 맞닿게 된다"며 “이 체제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은 의식적인 연대로부터 출발한다”고 역설했다. 또 연대의 구체적 모습은 “남성과 여성, ‘부지런한 자’와 ‘게으른 자’, 건강한 자와 장애인, 젊은이와 늙은이, 생산적인 사람과 비생산적인 사람, 내국인과 외국인 그리고 취업자와 실업자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분열의 구조를 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빠띠스따 민족해방전선의 디아나 다미안 씨는 “지구화의 물결 속에서 백만장자는 더욱 부유해졌으며 가난한 자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있다”며, “모든 차별과 학대가 없어진 세계에서 살고픈 희망과 바램으로 정치적 행동을 계속적으로 조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후에는 태국의 ‘가난한 자들의 모임’, 멕시코의 한영노동조합, ‘실업과 사회적 배제에 반대하는 유로마치’, 한국의 삼미특수강 노동자 등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맞선 민중들의 투쟁사례를 발표했다.
둘째날인 10일엔, 실업, 생태계, 이주노동자 등 구체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워크숍이 진행됐다. ‘실업의 망령’이 온 세계를 휩쓸고 있는 만큼, 오전에 열린 실업 워크숍에선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례없는 호황이라고 알려진 미국에서 온 노동 운동가 스티브 젤쩌 씨는 “식권을 얻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은 더 늘어났다”며, “이는 실업율의 감소 뒤에 감춰진 진실을 보여준다”고 역설했다. 즉, 파트타임 노동과 임시직 혹은 계약직 노동의 증가로 미국인들은 일을 하면서도 생계 유지가 힘든 반실업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실업과 사회적 배제에 반대하는 유로마치의 크리스토프 아귀똥 씨는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지난 겨울의
프랑스 실업자 투쟁이 있기까지는 사실 수 년이 걸렸다”며 “현재는 실업자들이 스스로를 하나의 운동세력으로 조직했을 뿐 아니라, 홈리스, 여성, 이주노동자들과 모든 종류의 사회적 배제에 맞선 투쟁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발제에 이은 토론시간에, 강수돌 교수(고려대)는 “끊임없이 분열과 경쟁으로 모는 현 체제 속에서 실업 문제는 필연적”이라며, “연대와 협동에 기반한 세계질서를 모색하는 노력이 있을 때만, 노동시간 단축, 생계비 지급과 같은 구체적 대책이 의미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11일엔 ‘세계 민중들의 연대를 위한 투쟁네트워크’ 등에 관한 토론이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며, 12일엔 종묘에서 2시에 ‘지구적 민중행동의 날’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