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이후 조치원 양지마을(부랑인시설)과 아산 뿌렌나애육원(아동보호시설)의 인권유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복지시설의 인권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최근 충남 천안에서도 정신요양시설 ‘구생원’의 비리와 인권문제가 지역사회의 주요한 관심사로 논의되고 있다.
8월말 곽영미 원장이 ‘시설자금 횡령’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구생원은 최근 신규 이사진이 들어서는 등 외견상 정상화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로 임명된 이사진이 기존 이사진과 연줄이 있거나 곽 원장의 친인척인 사람들로 구성돼 “시설 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사개편, ‘그 나물에 그 밥’
구생원측은 곽 원장 구속 이후 소집된 이사회에서, 총 6명의 이사 가운데 2명을 유임시키고, 곽 원장의 외가 친척인 김 아무개 씨, 김 씨의 친구 이 아무개 씨 등으로 이사진을 개편했다. 유임된 전 아무개 씨는 그간 이사회에조차 제대로 참석하지 않았고 올 연말이면 임기가 끝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구생원 비리가 한창이었던 96년도에 법인 감사로 활동한 유 아무개 씨가 시설장으로 선임됐으며, 이러한 신규 임명과정에 전임 이사였던 곽성근(곽영미 원장의 동생) 씨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구속중인 곽영미 씨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뺏길 수 없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이사진 개편에 대해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공동대표 서정만) 등 천안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비리를 막지 못하거나 사실상 방조하는 등 제 역할을 못한 전임 이사회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지는 못할 망정 도리어 신규 이사와 시설장을 선임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한 “양지마을 등 문제를 일으킨 시설이 모두 친인척에 의해 폐쇄적으로 운영됐던 곳”이라며 “관선이사가 만병통치는 아니지만 문제가 된 시설만큼은 전문적 식견과 사태를 수습할 능력을 가진 관선이사를 파견해야 사태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신 못차린 관할관청
문제는 기득권을 쥔 구생원 관계자들 뿐 아니라 관할관청의 안이한 태도에서도 비롯되고 있다. 최근 충남도청은 교사 신분인 이 아무개 씨를 제외(교사는 법적으로 사회복지시설 이사를 겸직할 수 없음)한 채 구생원의 이사진 개편을 승인했다.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심지어 천안시청의 담당 과장은 “새로 승인된 이사진이 사명감을 갖고 일하도록 요구하겠다”는 것을 대책이라고 내놓는 형편이다. 아직도 구생원과 관할관청과의 유착설이 계속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구생원측의 요구대로 이사진이 승인된 것은 이러한 의혹을 더욱 부채질하는 꼴이 됐다.
윤혜란 ‘복지세상’ 사무국장은 “구생원 문제는 사회복지시설이 새롭게 탈바꿈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관청의 조치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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