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인권영화제 12월 5일~10일 개최
세계인권선언 50주년을 기념하는 제3회 인권영화제가 12월 5일부터 10일까지 동국대학교 학술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인권영화제 집행위원회(집행위원장 서준식)는 3일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3회 인권영화제의 일정과 상영작품을 공개했다.
인권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예년보다 많은 1백50여 편의 작품을 심사해 <칠레전투>(아옌데 정권이 피노체트에 의해 붕괴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등 35편의 상영작을 선정했으며, 이외 6편의 작품을 더 심사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서는 ‘신자유주의와 도전하는 민중들’이라는 주제 아래 특별기획전이 마련되며, 부대행사로 △세계인권선언 50주년 기념 심포지엄 △세계인권선언 및 상영작에 대한 퀴즈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제3회 인권영화제는 한국인권단체협의회(상임대표 김정숙)가 주최하고 인권운동사랑방, 동국대 총학생회가 주관을 맡는다.
35 편 선정, 부대행사 다양
이번 제3회 인권영화제의 부제는 ‘야만을 넘어 인권의 세계로’로 결정됐다. 이는 전쟁과 살육, 억압과 차별로 점철됐던 ‘야만의 시대’에 종언을 고하면서, 새로운 세기엔 인간의 존엄과 자유·평등이 실현되는 ‘인권의 시대’가 건설되기를 희망하는 인권영화제의 정신을 표현한 것이다.
인권영화제는 올해도 역시 △표현의 자유 실현 △인권교육의 실천 △인간을 위한 영상 발굴이라는 목적 아래 모든 영화를 무료로 시민들에게 공개하며 사전심의 등 일체의 검열장치를 거부하기로 했다. 최근 정부가 영화 완전등급제를 실시하기로 하는 등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인 것과 관련, 인권영화제측은 “표현의 자유 보장이란 규제를 벗어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약자의 목소리가 주장되고 전달되는 사회를 이루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위한 투쟁은 언제나 현재의 과제”라고 밝혔다. 또 영화제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인권영화제는 정부의 후원이나 기업의 협찬을 받지 않기로 했으며, 부족한 재정은 시민들의 후원금과 기념품 판매수익 등으로 꾸려나갈 방침이다.
서울에서 시작되는 인권영화제는 이후 전국의 10여개 주요도시에서 순회 개최될 예정이며, 현재까지 안양, 원주, 수원, 전주, 제주가 개최지로 확정됐다.
무료 상영, 검열 거부
제3회 인권영화제에서 주목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당국의 탄압이 올해에도 반복될까 하는 점이다. 인권영화제는 시대착오적 검열을 인권의 이름으로 거부한 까닭으로 지난 2년간 순탄치 못한 길을 걸어왔다.
96년 11월 2일부터 7일간 이화여대에서 진행됐던 제1회 인권영화제는 ‘표현의 자유’의 기치 아래 사전심의를 거부한 최초의 대중 영화제로서 서울에서만 연인원 1만5천명이 관람하는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당시 상영장소였던 이화여대측에 교육부와 공안당국의 압력이 가해지면서 개·폐막 행사가 취소되는 등 곡절이 없지 않았다.
97년 제2회 인권영화제도 당국의 집요한 방해와 탄압으로 얼룩진 가운데 결국 집행위원장(서준식)이 구속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최종 상영장소로 확정된 홍익대학교에서는 경찰병력의 봉쇄와 학교당국의 단전조치 등 열악한 조건 속에서 7일간 ‘게릴라식’ 상영이 이어지기도 했다.
오는 10일 오후 2시 서울지법 서부지원에서 서준식 씨 사건에 대한 2차 공판이 예정되는 등 제2회 인권영화제에 가해졌던 탄압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당국의 탄압 되풀이될까?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준식 집행위원장은 “인권의 향상을 위해선 때로 현행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며 “사전심의 거부와 같은 노력이 조금씩 쌓여 표현의 자유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영화제 집행위원인 조광희 변호사도 “당국에서는 인권영화제가 불법영화제라고 하지만, 우리는 헌법정신에 맞는 영화제를 개최하려는 것”이라며 “헌법에 위배되는 하위법을 근거로 영화제를 탄압하는 당국의 행위야말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인권 정부를 표방한 김대중 정부가 제3회 인권영화제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