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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장> 국회 앞 유가협 농성장, “의사봉을 두드릴 때까지”


며칠전부터 국회 건너편 인도 위에는 비닐을 덮어쓴 허름한 천막이 깃발과 현수막을 펄럭이며 자리를 잡고 있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스티로폴과 얇은 장판을 깔아만든 천막 안에는 대부분 50대 후반을 넘긴 ‘어르신’ 20여명이 간단한 취사도구를 갖추고 벌써 일주일째 기거하고 있다.

주변 건물에서 물과 화장실을 얻어 쓰면서 아침저녁으로 국민회의와 한나라당 당사 앞을 찾아가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는 이들은 바로 억울하게 자식과 형제를 잃은 유가협 회원들이다.

이들은 올 정기국회에서 ‘의문사·열사 관련 특별법’이 제정되기를 바라며 살을 에는 추위와 초로의 나이에도 아랑곳없이 농성을 진행중이다.

10일,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유가족들은 변함없이 피켓과 마이크를 들고 집회장으로 나섰다. 추위에 몸을 떠는 것도 잠시, 사회자의 구호가 시작되자 유가족들은 어느덧 추위도 잊은 채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목청을 높였다.

누구하나 내다보지 않는 불켜진 한나라당 창문을 향해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던 어머니 회원들은 무심히 눈앞을 지나가는 젊은 직장인들을 바라보다 죽은 아들을 생각하며 소리없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곱은 손으로 연신 눈물을 닦던 한 어머니는 가슴에 묻은 자식의 기억에 고개를 떨구었지만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구호만은 멈추지 않았다.

한 시간 여의 집회를 마친 뒤 천막으로 돌아간 회원들은 언 몸을 채 녹이기도 전에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천막을 밝히기 위해 발전기를 돌리던 김학철 기획국장(추모단체연대회의)은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는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법 제정의 망치가 울리는 그 순간까지 계속해서 농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