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IC카드 이용 노동자 통제
13일 오후 6시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는 ‘정보기술과 작업장 감시’라는 주제로 진보네트워크 주최의 워크샵이 열렸다.
이날 워크샵에선 최근들어 사업장내에서 벌어지는 모니터링이 작업환경보다는 개별 노동자에게 집중됨으로써 노동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감시행위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진보네트워크 작업장감시 조사연구팀은 “각 사업장마다 노동자들에 관한 정보를 얻을 목적으로 기계적인 장치(컴퓨터, 전화, 영상·음향기술, 비디오 카메라)를 이용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노동자 통제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워크샵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작업장 감시로 인한 인권침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노조 전주지부 대의원 대표 서정원 씨는 “회사측이 바코드가 달린 명찰을 이용해 직원들의 지각, 조퇴, 외출, 중식시간 등의 공장출입현황을 체크하는 등 명찰을 통제기구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로인해 조합원들과 잦은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현대자동차측은 바코드보다 한 단계 진보한 IC카드의 도입을 추진하려다 노조원들의 심한 반발에 부딪혀 보류중이다. IC카드를 이용할 경우 출입기록뿐만 아니라 카드에 내장된 원격추격장치로 인해 등 건물내 이동사항도 모두 기록되게 된다. 즉 노동자가 카드를 가지고 건물 내에 설치되어 있는 전자센서를 지나치면 건물내의 각 지역에서 노동자가 머무는 시간과 위치가 기록된다. 결국 컴퓨터는 노동자들이 화장실에 있는지, 작업지역에 있는지, 공중전화 옆에 있는지, 흡연장소에 있는지 등등을 모두 기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이 아직 국내에서는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IC카드 사용을 일찍 시작한 외국에선 이미 일반화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그룹도 거의 모든 계열사 직원들에게 IC카드를 지급했으며 이 카드는 신분증과 열쇠를 겸해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삼성직원들은 방을 나설 때마다 카드를 이용해야 해 근무시간내의 자리이동 현황을 고스란히 기록당하고 있다.
이동 경로 속속들이 파악
노동환경이 열악하기로 유명한 한국타이어의 경우, 정문·탈의장·휴게실·기숙사·현장복도·1인화 기계·성형기 등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직원들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 출신의 한 노동자는 “회사측이 정문에 설치한 감시카메라를 통해 노동자들의 출퇴근 시간을 낱낱이 기록한 후 노동자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외에도 전 공정의 각 기계마다 작업시간과 불량제품 생산량, 기계작동시간, 퇴근시간 등을 체크하는 전자장치를 설치해 노동자들의 모든 행동을 체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관리자에게 찍히지 않기 위해 아예 휴식시간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성형과의 경우 생산량을 늘리거나 찍힌 조합원을 징계하기 위해 기록을 조작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대우나 LG 등의 대형증권사에서는 전 지점에 모든 전화통화를 녹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직원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대우증권의 경우 휴대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녹음장치가 된 전화로 다시 받도록 하는 등 철저한 통제를 하고 있어 직원들의 사생활 침해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