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노동자들과 가족이 지난 3개월 동안 약 650여 차례에 걸쳐 자신도 모르게 휴대전화를 통해 '위치추적'을 당해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위치추적 당사자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번호의 가입자가 현재 사망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그 동안 대리점 직접 방문을 통해 전화요금이 지불된 것으로 밝혀져 의혹이 확대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13일 서울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전달했다.
삼성 SDI 수원공장과 울산공장의 노동자들과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의 배우자, 삼성 해고자인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등 이날 고소장을 전달한 6명은 휴대전화의 '친구찾기'라는 위치추적 서비스를 통해 그동안 꾸준히 위치를 추적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같은 사실은 삼성 SDI 수원공장에서 일하며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던 김모 씨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고, 함께 노조 설립을 추진하던 다른 두 명에 대해서도 동일한 휴대전화 번호와 방식으로 위치가 추적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친구찾기'라는 위치추적 서비스는 상호간에 동의가 있어야만 서비스 개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친구찾기'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이들의 휴대전화를 불법복제해서 사용하는 경우에는 서비스 개통이 가능하다. 불법복제된 휴대전화를 통해 서비스에 가입함으로써 당사자의 '동의'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불법복제'는 의혹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지난해 6월 휴대전화 통화품질에 이상이 있어 휴대전화 업체와 상담 한 결과 김 위원장의 휴대전화가 불법복제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당시 김 위원장은 인천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수원에서도 동일한 번호의 휴대전화가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 밝혀졌다. 김 위원장은 "당시 휴대전화 업체 상담원이 '누군가가 불법복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고소인들은 "누가 왜 이러한 범죄행위를 하였는지는 충분히 짐작하고 있다"고 고소장에서 밝혔다. 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은 "삼성그룹의 경영자들은 근로자들의 노조결성과 관련된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서 조직적, 계획적으로 고소인과 피해자들의 위치를 추적해왔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등 8명에 대한 추가 고소장을 이날 함께 제출했다. 실제로 삼성 SDI 수원공장과 울산공장의 노동자들은 모두 노조 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왔고,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의 배우자도 현재 산재 문제로 삼성 측과 '불편한 관계'에 있다. 또 김 위원장은 1996년 노사협의회위원으로 활동하다가 해고되었고 현재까지 삼성의 '무노조 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불법복제 휴대전화를 이용한 위치추적 발신 지역이 대부분 삼성 SDI 공장이 있는 수원시 영통구 신동에 집중되어 있고, 위치추적이 일어난 시간도 노조 결성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할 시간인 퇴근 후 혹은 노동자들이 회합을 가진 날에 집중된 점도 의혹을 더하는 의미심장한 요소이다. 또한 고소인들은 짧은 시간에 10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위치추적이 일어난 점, 수원뿐만 아니라 울산에서도 위치추적이 이루어졌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사건이 전국적인 차원에서 계획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민주노총, 다산인권센터 등 18개 인권사회단체들은 서울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 SDI 노동자 감시와 정보인권유린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개인의 위치정보는 프라이버시 중에서도 가장 은밀한 사생활에 관한 정보로서, 고도로 보호되어야 할 중요한 인권의 영역"이라며 "누군가 다른 사람의 위치를 24시간 추적해 왔다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또 "현대사회에서 개인정보에 관한 보호는 중요한 인권문제"라며 개인정보에 관한 수집·유출은 오직 본인 혹은 본인의 동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개인정보에 관한 자기통제권'을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첨단기술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들은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자체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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