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전자사원증 도입을 앞두고, 작업장감시와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공장장 김채원)은 지난 11일 전자 신분증인 RF(라디오 주파수) 카드를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노동자들의 반발로 인해 지급기일을 26일로 연기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RF카드는 판독기에 직접 접촉해야 인식이 가능한 기존의 IC카드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형태로, 초단파를 이용해 기록된 정보를 무선으로 인식하는 최첨단 인식카드다.
회사측은 “현재 노동자 ‘근무태만’에 대한 관리는 관리자가 일일이 눈으로 체크하고 손으로 기록하는 60년대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카드 도입시 컴퓨터가 자동으로 출퇴근을 관리하므로 관리자의 일손을 덜 수 있다”고 밝혔다.
“출퇴근 체크용”…“통제수단 악용가능”
그러나 일부 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의 활동을 일거수 일투족 감시하는 통제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많다”며 RF카드의 도입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카드를 도입한 이후 공장 곳곳에 카드 판독기를 설치할 경우, 작업장뿐만 아니라 휴게실, 화장실 등의 개인 사생활과 관련된 공간까지 감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단순히 출퇴근 확인용 카드라는 회사측 설명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현장 내 활동가 조직들을 중심으로 8일 구성된 ‘RF카드 일방적 지급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700매 이상 수거)에서 “RF카드 사용을 반대한다”는 응답이 85%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반면, RF카드 도입에 동의한 노조 측은 “카드가 출퇴근 체크와 사무자동화에 도움이 된다고 들었고 그렇게 알고 있다”며 “임금을 지급하는 사측이 피고용자의 근무태도를 체크하기 위해 이를 도입하겠다는데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고 밝혔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노동자 통제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설치된 시스템을 악용하려면 이를 보완하거나 새 기능을 삽입해야 하는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카드 도입시 회사측과의 합의서에 카드 악용을 방지할 수 있는 단서조항을 삽입하겠다”고 밝혔다.
회사측 역시 “판독기가 설치되는 곳은 정후문 3곳과 식당 등 4곳”이라며 “카드는 관리자의 수고를 덜고 인력을 절감하며, 노동자의 편의를 돕기 위한 사무자동화의 일환일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와 노조측의 주장처럼 RF카드의 도입이 곧바로 작업장 감시의 확대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작업장 내 전자관리 시스템 도입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첨단관리시스템 도입과 작업장 감시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전문적 검토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북 평화와인권연대(공동대표 문규현, 김승환)와 민주노총은 14일 오후 7시 전주 동학혁명기념관에서 ‘정보통신기술과 노동감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카드도입을 비롯한 각 사업장의 작업장 감시문제에 대해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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