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30일 서울시립대신문이 제작 중지됐고, 12월 1일에는 신문사 편집국장과 업무국장이 해임됐다. 이 해임 문건에는 ‘동아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김진현 총장의 친필 싸인이 들어있다. 두 학생기자는 학교당국의 일방적인 간사제 도입, 공간이동에 대해 재논의 하자고 요구했을 뿐인데도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학교측의 언론탄압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95년 동아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김진현(세계화추진위원회 위원장,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총장은 취임하자마자 자신의 취임식이 1면 TOP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학신문을 배포 중지시켰다. 당시 총장은 “총장직을 관두면 관뒀지 절대 배포 못한다”라고 말했다. 98년 3월, 학교는 “전농동 철거민 연행, 전교조 위원장 인터뷰 이런 기사를 빼고 총장 입학식사, 졸업식사 전문을 실어라”고 강요했다. 언론인 출신 총장이 대학언론에 대해 가지는 생각이라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권위적인 태도를 취했다. 98년 상반기에 학교당국은 언론 3사 예산의 55%와 학생복지비를 전액 삭감함으로써 대학언론에 대한 탄압과 학생자치권에 대한 탄압을 본격화했다. 두 명의 학생기자에 대한 해임조치는 상반기탄압의 연장선상에 있다.
대학언론 탄압은 서울시립대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학에서 언론의 자유,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 학사행정에 대해 알 권리는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양심수 석방과 정치수배 해제를 위한 광고를 게재하고자 했던 조선대신문사의 발행중지, 98년 1학기 개강호부터 신문발행이 중지되고 급기야 신문사가 폐쇄되고 편집국장이 무기정학 당한 인제대 신문사, 대학당국으로부터 기자선발권, 편집권, 재정권 등이 좌지우지되면서 6년간 신문발행이 중단되고 있는 세종대 학보사, 최근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는 이유만으로 배포중지를 받은 성대신문 등 전국 곳곳에서 대학언론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학생자치권 탄압으로 이어져
대학 언론에 대한 탄압은 96년 연대사태 이후 본격화되었고, 당시 시립대 등 전국에서 30여개 대학 신문이 한총련 관련기사로 인해 제작중지, 배포중지 되었다. 또 교육부는 97년 하반기에 ‘98학년도 면학 질서 확립을 위한 학생지도 철저’라는 공문을 각 대학에 발송했다. 이 문건에는 대학 언론매체의 지도 강화뿐만 아니라 교내외 불법․불건전 학생활동에 대한 예산지원 금지, 한총련 탈퇴지도 등 학생자치권과 학생운동에 대한 탄압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따라 서울대에서는 팩차기가, 경희대에서는 교내 음주가 금지되었다. 이는 대학 언론에 대한 탄압이 학생자치권, 학생운동에 대한 탄압과 결코 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님을 입증해주는 사례다.
각 대학에서 대학언론과 학생자치권, 학생운동에 대한 탄압이 자행되는 이유는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비롯된다. 정부의 교육정책은 한 마디로 대학 교육에도 ‘시장 경쟁의 논리’를 도입하겠다는 것이고 교육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정부는 축소된 예산을 가지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대학만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정부가 부담해야 할 교육비를 각 학교에, 더 근본적으로 학생들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기 위한 것이다. 한정된 예산을 획득하기 위한 대학간의 경쟁에서 학생들의 진정한 교육여건개선의 요구는 묵살되고 있다. 오히려 교육여건의 전반적인 악화와 학생복지 관련예산의 대폭 삭감이 자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98년 상반기에 서울대, 외대, 서울시립대 등을 비롯한 각 대학에서는 학원자주화투쟁을 벌였다.
정부와 학교측은 대학언론을 탄압함으로써 학생들의 불만을 통제하려 한다. 뿐만 아니라 김대중정부는 최근 ‘한총련’에 대한 탄압을 강화했다. 지난 1월 1일 고대 신임 총학생회장 등 5명의 7기 한총련대의원들이 불법연행되었다. 정부가 한총련을 탄압하는 것은 이들이 이적단체여서가 아니라 학생들이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해 투쟁하는 것을 억누르고 나아가 노동자투쟁에 연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 시립대 학생들은 대학 언론 탄압에 맞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적극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학내에서 대학 언론의 자유와 학생자치권 보장을 위해 투쟁할 뿐만 아니라 타 대학과 연대하여 정부와 학교당국의 학생운동 탄압에 맞서 싸울 것이다.
- 서울시립대 언론탄압분쇄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