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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진실’마저 가두는 교도소

전주교도소 재소자 사망사건, 다시 미궁으로


지난해 11월, 전주교도소에서는 재소자 배재문(당시 40세) 씨의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전주교도소측은 “배 씨가 목을 매 자살했다”고 발표했지만 유족들은 교도소측의 발표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고, ‘전북평화와인권연대’(공동대표 문규현, 김승환)가 유족과 함께 진상규명 작업에 착수했다. 두달 여간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 온 문만식(<평화와 인권> 편집장)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 사건에 개입하게 된 이유는?

“교정시설에서 재소자가 사망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지만 번번이 죽음에 대한 의혹은 풀리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되곤 했다. 이번 사건도 많은 의혹이 제기됐는데 누군가 그 의혹을 밝혀야한다고 생각했다.”


■ 진상규명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검찰은 공정하게 사건을 해결할 의지가 없었다. 법무부측 역시 부검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배 씨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단정하는 등 교도소 편을 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교도소측의 태도였다.”


■ 교도소측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모든 사안에 대해 비협조적이고, 사건을 은폐하는 데만 급급했다. 교도소측은 사건현장을 공개하지 않다가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서야 깨끗이 정리된 현장을 공개했고, 배 씨가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고 발표했다가 뒤에 가서 유서 2통을 공개했다. 또 교도소측은 가족들에게 ‘사망전날 배 씨에게 신경안정제를 투입했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는 말을 뒤집었다. 이렇듯 비협조적이고 일관성 없는 교도소측의 태도는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을 강하게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 사인규명을 위한 결정적 단서가 교도소측에 의해 고의로 손실됐다는데?

“국립과학연구소는 목을 맨 끈이 사인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가족들은 교도소측에 끈을 줄 것을 요구했고 교도소측은 며칠 후에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교도소측은 약속을 져버리고 그 끈을 불태워버렸다. 이로써 배 씨의 사인을 규명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손실되었고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 의혹은 결국 풀릴 수 없는 것인가?

“배 씨의 사건에서와 같이 교도소내 사망사건의 의혹을 해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피해자는 죽은 뒤고 유족들은 사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교도소측만이 사실을 밝힐 수 있는데 교도소측은 사건공개조차 꺼리고 있고, 자료 및 현장공개를 요구해도 ‘보안’이라는 이유로 거부한다. 따라서 유족과 인권단체들이 적극적인 진상규명에 나선다해도 교도소측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사건해결은 거의 불가능하다. 배 씨의 죽음이 결국 자살로 결론이 난다 할지라도 사실의 은폐․축소에 급급하고 조사에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하는 교도소측의 관행을 바꿔나가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