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주의 반대' 공감…'발전권' 시각차
◎…아파르트헤이트가 정식 의제에서 사라진 이후에도 인종차별 문제는 계속해서 뜨거운 논쟁 거리로 남아 있다. 오히려 최근의 지구화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인종주의․인종차별․외국인혐오증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돼 왔다. 이런 점에서 2001년에 열릴 '인종주의․인종차별․외국인혐오증 및 불관용에 반대하는 세계대회'(이하 세계대회)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지난 3월 24일부터 3일에 걸쳐 열린 '공개적인 실무분과 회의'에서 각국 정부대표들과 민간단체들은 세계대회의 개최를 지지하며 세계대회로 가는 길목에서 인종차별을 퇴치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끊임없이 고민․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엔 세계대회의 개최를 기꺼워하지 않던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마저도 전과 달리 적극적인 태도를 비춰 눈길을 끌었다.
앞서 민간단체들은 세계대회의 준비에 있어 고려해야 할 원칙들을 공동으로 마련해 실무분과에 제출했다. 이를 통해 민간단체들은 "준비과정에서부터 시민사회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하며, 특히 직접적인 희생자들인 원주민 단체들, 소수자 모임들 그리고 이주노동자 조직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3월 30일 진행된 '인종주의․인종차별․외국인 혐오증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차별'(의제6)에 대한 회의에서는 △지구화가 미치는 영향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인종주의의 문제 △인종주의를 방지하기 위한 교육 등 다양한 내용이 논의됐으며, 특히 미국은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로 강한 비판의 표적이 되었다.
◎…"발전이란 발전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한 분배에 적극적이고 자유롭고 의미있게 참여하는 것을 근거로 하여, 전 인구와 모든 개인의 지속적인 안녕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포괄적인 경제․사회․문화적 진보…"
이러한 내용의 발전권 선언이 1986년 탄생한 이후, 1993년 비엔나 세계인권대회에서 발전권은 보편적이며 양도할 수 없는 기본적인 권리로서 재확인됐다. 하지만 이 권리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기나긴 여정은 큰 결실을 거두지 못한 채 계속되고 있다. 특히 1세계와 3세계 간의 시각 차이는 발전권을 현실화시키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해 왔다.
이번 제55차 인권위원회에서도 눈에 띄는 진전은 없었다. 게다가 발전권에 대한 논의 일정이 밤 시간(30일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에 잡힌 탓에 더더욱 활기찬 논의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30일 밤과 31일 오전에 걸쳐 이뤄진 논의과정에서 제3세계 국가들은 나라 간의 엄청난 빈부 격차를 강조하며, 지구화된 경제의 무정부성이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선진국들의 경우, 시장주의를 옹호하면서 빈부격차의 원인을 국가 정책의 실패로 치부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특히 미국 정부 대표는 개인의 자유와 자유로운 시장이야말로 발전의 기초가 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독일 정부 대표는 "출판의 자유와 자유로운 선거를 보장하는 나라치고 기아로 고통받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노벨상 수상자의 말을 인용하며 은근히 서구의 우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인도네시아 정부 대표는 지구화가 가져다 준 악영향을 언급하면서 국제적 차원의 상호협력과 적절한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또 "전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금융기구들이 민주적 절차를 결여하고 있어 발전권의 실현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간단체들은 구조조정의 부정적 영향, 국제금융기구들의 문제점, 외채 탕감 등의 주제에 대한 발언에 나섰다.
팍스로마나는 "지나친 외채 부담이 많은 개발도상국들에서 극한적인 가난을 부추기는 등 발전권의 실현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전세계 차원에서 외채탕감 움직임이 촉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제3세계-유럽센터(Centre Europe-Tiers Monde)는 "유엔 코피아난 사무총장이 지구화와 자유주의화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서 경제강대국들과 다국적 기업의 편에 서는 모습이 두드러진다"며 "과연 그런 상황에서 진정한 의미의 발전권 실현이 가능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덧붙여 "유엔은 경제 지구화의 악영향부터 살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