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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예술의 전당에 가보고 싶어요"

장애인 횡단보도 설치 서명운동


"여기서 전철역까지요? 최소한으로 잡아도 1시간 30분정도. 하지만 얼마나 걸릴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인근에 사람이 있으면 괜찮지만 만약 밤이라도 돼 지나는 사람이 없다면 하루가 꼬박 걸릴 수도 있거든요."

25일 오후 5시 반, 예술의 전당 앞에서는 '예술의 전당 앞 횡단보도 설치를 위한 서명운동'이 펼쳐졌다. '

소외된 약자의 권리 되찾기'란 플랭카드 밑에서 "서명하세요"라고 외치던 박성현(32세, 장애인 대학생)씨.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훨체어에 몸을 의지해 생활하는 그는, 예술의 전당에서 남부터미널 전철역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리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예술의 전당에 처음 와본다고 했다. 예술의 전당 앞엔 횡단보도대신 지하도만 있어 휠체어를 타고 혼자 지하도를 건너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녹색교통운동의 조사에 따르면 횡단보도대신 지하도와 육교가 설치돼 있어 장애인과 노약자들의 보행이 불편한 곳은 서울시내만도 21곳. 따라서 지난해 9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소장 김정렬)와 녹색교통운동 등의 단체는 장애인과 노약자 등의 보행권 보장을 위해 '21곳에 횡단보도를 설치'를 요구하는 내용의 민원을 서울시에 접수시켰다.

반복된 민원 덕분에 지난 4월 신촌, 광화문 사거리 등 6곳에 횡단보도가 설치됐지만 시청 앞 등 15개 장소는 '교통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횡단보도 설치가 불허됐다.

예술의 전당 앞도 불허된 곳 중 한곳. 이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녹색교통운동 등은 횡단보도 설치를 위한 서명운동에 나섰다.

어느새 받은 서명만도 8000여분. 이들 단체는 1만명의 서명이 모이면 다시 한번 서울시에 민원을 낼 계획이다. 예술의 전당이 장애인들의 전당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