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일본 참의원에서 미일방위협력지침(신가이드라인) 관련법안이 통과됐다.
이로써 일본 자위대는 이른바 '주변사태' 발생을 빌미로 일본영토 바깥에서 군사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됐고, 일본 내 공항, 항만 등의 시설과 민간기업 등도 전쟁에 가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일방위협력지침에 명시돼 있진 않지만, 전쟁의 주 전장은 한반도가 될 것이 명백하다.
한반도를 불바다로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는 2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미일신가이드라인과 한반도 위기' 심포지엄에서 "미일 신가이드라인은 일본의 군사력이 이제 전세계적 활동범위를 갖고 아시아 최강의 군대로 발돋움하는 법적 보장에 해당한다"며 "미국의 북한 공격시 일본은 그 보조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리 교수는 또한 "미국의 기본적 전략구상은 북한을 완전 고립화시켜 북한을 자극한 뒤 결국 북한이 핵무기 또는 미사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여전히 북한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려는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난했다.
이어 시게토 미야코 일본부인회의 부의장은 "거품경제가 파탄 난 90년대에 들어 자긍심을 잃어버린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국수주의가 만연하고 있다"며 "한국민에 대한 차별과 멸시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일본 국수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면 전쟁에로의 길도 막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신가이드라인의 실행 여부가 전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판단에 맡겨져 있는 상황에서 이는 한반도를 코소보와 같이 강대국에 의한 전쟁발발지역으로 만들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동아시아의 평화를 파괴하면서 일본이 군사대국화의 길을 재촉하는 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시민사회의 저항
이러한 일미방위협력지침에 대해 일본 내 민간단체들의 반발과 저항도 잇따르고 있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의 공동대표 김윤옥 씨는 "최근 일본에서는 일본 항만노조원 등 5만명이 모여 일미방위협력지침에 반대하는 시위를 가졌다"며 "이미 관련법안은 통과됐지만, 일본 시민사회는 앞으로 일미방위협력지침에 대한 시민불복종 운동을 계속 벌여나갈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일본 항만노조와 공항노조 등은 '주변사태' 발생을 빌미로 미군이 일본 내 시설 등을 이용하고자 할 때, 항만과 공항 사용을 거부 또는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한반도는 미일의 손에
24일 일본 국회에서 통과된 일미방위협력지침 관련 법안에 따르면, 일본은 이른바 '주변사태' 발생으로 인해 미군이 출동할 경우, 언제든 이를 지원하도록 돼있다.
주변사태는 △일본 주변지역에 무력분쟁이 발생한 경우 △주변지역에서 무력분쟁 발생이 임박한 경우 △정치체제 혼란 등으로 발생한 피난민이 일본으로 대량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어느 나라의 행동을 유엔 안전보상이사회가 평화에 대한 위협 또는 침략행위로 간주하고 제재할 경우 △이웃나라 내란, 내전이 순수 국내문제에 머물지 않고 국제적으로 확대될 경우 △주변지역에서 무력분쟁 자체는 멎었지만 여전히 질서회복 등이 달성되지 않은 경우 등 6개 유형이다.
결국, 직접적인 무력분쟁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미국, 일본의 판단 여하에 따라 한반도가 언제든 전쟁터로 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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