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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불심검문과 경찰의 배짱

"학생증이 없으면 학교에 못 가나요?"


검문하는 사복경찰이 불량배인줄 알았다는 고교생에 대한 기사를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한 적이 있다. 아마도 실소에 가까운 웃음이었을 것이다.

작년부터 불심검문의 문제점과 경찰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고 거부하는 운동이 시작되고, 경찰의 잘못을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지만 경찰의 태도는 하나 변한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더욱 교묘해졌을 뿐이다.

한총련 출범식과 관련해 대학교 앞에서 일제검문이 진행되는 요즘, 26일부로 연세대 앞 불심검문에 나선 경찰은 "검문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신원을 밝히지 않으면 학내로 들여보낼 수 없다"며 "그로 인한 피해는 나중에 고소를 하든지 맘대로 하라"고 말한다.

지난 4월 홍익대 앞에서 불심검문에 거부하거나 항의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강제연행했던 경찰에 비하면 연세대 앞의 경찰들은 정말 양반이라고 칭찬해야 하는 건 아닌지, 아니면 더운날씨에 수고한다며 음료수라도 돌려야 하는 건지.

불심검문을 거부하는 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지키겠다는 것인데, '거부는 인정하지만 통행은 할 수 없다'는 경찰의 배짱은 실로 안하무인이다.

얼마전 서울역에 갈 일이 있었다. 5월이 상반기 기소중지자 검거기간이라 서울역은 불심검문을 하는 경찰의 독무대였다.

지나가는 학생, 직장인 심지어 나이든 어른들 할 것 없이 불심검문을 받고 있었다. 보따리를 든 고령의 할머니까지 검문하는 것을 보면 월말결산이라 바쁘긴 바쁜 모양인가 보다.

오죽하면 기소중지자 검거기간에는 입원한 환자도 연행한다는 이야기가 들릴까. 법도 상식도 인권도 무시하는 경찰을 검문해야 할 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