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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공안유령 돌아왔나

국정원, 서울대생에 프락치 강요.


국가정보원(국정원)이 과거 안기부 시절 악명 높았던 프락치 매수공작을 진행해왔음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국정원 내에 언론단 신설 문제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터져 나와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대생 강성석(25, 체육교육학과 4년) 씨는 최근 국정원 요원 이양수 씨에게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았다고 폭로했다. 강 씨에 따르면, 이 씨는 자신을 프락치로 포섭해 서울대 내의 학생운동 인맥 등을 파악하려 했다.

강 씨가 국정원 요원 이 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5월 10일이다.
교생실습 중이던 강씨는 졸업논문과 관련해 논의할 내용이 있으니 과 조교실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서둘러 조교실에 갔지만 조교는 전화내용과는 다르게 '82학번 선배'라며 이 씨를 소개했고, 이 씨는 함께 식사를 하자며 강 씨를 근처 식당으로 이끌었다.

식당에서 이씨는 "국가정보원에서 나왔다"고 말한 뒤, 강 씨의 98년 서울대 총학생회 후보 출마를 비롯한 학생운동 전력, 부모님과 친한 친구들의 근황을 거론했다.

본격적으로 이 씨는 전 현직 학생회 간부 30여명의 이름을 대며 "이들이 어떻게 연결되어있냐"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강 씨가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협조하지 않으면 내 앞에서 조사 받을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그후 이 씨는 2~3일에 한번씩 전화를 걸거나 교생실습 중인 학교로 찾아와 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한편, 자신의 집으로 데리 가 학교 과학생회실에서 복사해온 강의노트, 날적이 등을 보여주기도 하고 "생활비에 보태쓰라"며 돈을 건네기도 했다.

또한 지난 5월 18일에는 '구국의 길'이라는 북한 관련 문건을 들고 교생실습중인 학교로 찾아와 "서울대 안에 북한 방송을 청취하는 사람의 이름을 대달라"며 "만약 협조만 하면 교사진출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유학도 주선하고 병역문제도 해결해주겠다"며 적극적 포섭에 나섰다.

하지만 강 씨가 계속해서 이를 거부하자 이 씨는 "최후의 수단을 쓰겠다"고 말한 후 지난 14일부터 연락을 끊었다.


끈질긴 프락치 강요

이 씨의 협박으로 두려움에 시달리던 강 씨는 인권운동사랑방과 인권실천시민연대(준)에 도움을 청했다.

두 인권단체는 자체 조사를 통해 강 씨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강 씨는 지난 17일 4시 30분 경 마지막으로 이 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 다음은 두 사람간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최후의 수단이 뭐냐(강 씨)", "협상은 물건너 갔다. 선배로써 도와주려고 했는데 네가 태도를 불분명하게 해 지난번 전화로 이미 (얘기는) 끝난거다(이 씨)", "그럼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느냐?(강 씨)", "30명 전체를 파악해 줄 필요는 없고, 북한방송 청취 문건을 작성한 사람만 얘기해 달라(이 씨)"


국정원 본색 드러내

지난해 말 국회 529호실 사건, 최근의 언론단 신설 문제 등에 이어, 자기 생활에 전념하는 학생에 대한 프락치 매수공작 사건까지 벌어진 것은 국정원이 과거의 구태를 벗었는지를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은 학생들의 일상적인 생활에까지 국정원의 정보수집이 파고든 것으로 드러나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게 되었다.

피해자 강 씨는 "교사가 되고 싶은 꿈을 버릴 수 없어 마지막 관문인 교생생활을 무사히 끝내고 싶은 마음에 지난 한 달간 이 씨를 만나왔다"고 고백하면서 "나도 알지 못하는 작은 누나의 사생활 이야기를 하며, (정보를) 알아내는 수단이 너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너무 두려웠다"고 덧붙였다.

강 씨는 오늘 오전 11시 서울대총학생회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씨로 부터 강요당한 프락치사건의 전모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