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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프락치 매수공작 폭로

서울대생 양심선언, 책임자 처벌 촉구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 3개 인권단체와 서울대 총학생회는 22일 오전 11시 서울대 총학생회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정보원(국정원) 요원 이양수(36) 씨가 서울대 체육교육과 4학년 강성석(25) 씨에게 프락치 활동을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본지 6월 22일자 참조>

양심선언에 나선 강 씨는 "협박과 회유 속에 보낸 지난 한 달여 기간은 절망, 불안, 분노, 증오 등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고통스런 기간이었다"며 "국가정보원이 해체되지 않는 한 이 땅의 참 민주주의의 실현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양심선언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강 씨의 양심선언을 지켜 본 인권단체들은 "국가정보원의 프락치 매수공작은 집요하게 한 인간의 양심적 영혼을 파괴하고 갈등과 고뇌 속에 밀어넣었다"며 국가정보기구의 반인권적 행태에 분노를 표시하였다.

국정원이 과거 인권유린과 비밀 공작의 상징인 안기부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증거라고 이 사건을 규정한 인권단체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국정원 직원 이양수 등을 포함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였다.


이번 사건에 대해 국정원이 밝힌 입장은 이렇다.

"국정원 수사관이 구국의 길(북한관련 문건)건에 대해 강 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프락치 활동을 강요한 적은 없다. 강 씨가 기자회견을 갖고 문제의 본질을 호도 하는 것은 국가보안법 혐의 사건에 대한 수사진행을 방해하려는 의도이다."

이에 대해 장주영 변호사는 "이 씨가 선후배간에 친밀감으로 얘기를 건넸다고 할지라도 여러 차례 얘기를 나눈 것만으로도 피해자 입장에선 상당한 심리적 압박이 되었을 것"이라며 "강 씨의 진술이 사실일 경우 이는 국정원법 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였다.

이날 기자회견의 참가자들은 현 사건에 대한 고소․고발을 하는 한편, 관계 당국의 유효한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총학생회(총학생회장 박경렬)는 총장과의 면담을 통해 강씨의 신변 보장과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계속되는 프락치 논란

이번 서울대생 프락치 강요사건은 과거 안기부 시절부터 악명 높았던 학원 프락치 공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80년대 초 전두환 정권 아래서 자행된 이른바 '녹화사업' 때부터 대학가에서 불거지기 시작한 프락치 시비는 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본격적인 논란거리가 되었다.

당시 서울대 복학생협의회 의장이었던 류시민 씨 등은 대학생 행세를 하다 적발된 재수생 손모군(당시 19세) 등 4명을 붙잡아 조사한 뒤 이들을 프락치라고 주장하며 경찰에 인도했다.

그러나 경찰은 학생들이 조사과정에서 손군을 감금 폭행했다는 이유로 류 씨 등을 구속했고, 프락치 활동 여부에 대한 조사는 흐지부지되었다. 경찰이 프락치 용의자를 인도받은 후에 프락치 조사는 뒷전에 둔채 학생들을 폭력혐의로 잡아들이는 관행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후, △ 김정환(당시 국민대생) 씨가 기무사(당시 보안사) 요원들에게 생매장의 위협 속에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았다고 폭로(89년) △ 부산에서 안기부가 10대 소년범을 사주해 대학가를 무대로 운동권 학생들의 동향을 파악했다는 '소년범 프락치망' 운영 사건(94년) △ 고려대 학생회관 수위 조 아무개 씨의 학생회실 자료 탈취 사건(97년) 등 크고 작은 프락치 시비가 계속 이어졌다.

또한 프락치 시비 과정에서 학생들에 의한 프락치 치사사건이라는 불행이 초래되기도 했다.

반인권적인 감시와 통제로 학원에 미친 폐해에도 불구하고 프락치 시비가 국민의 정부 하에 다시 등장한 것은 과거의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