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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장스케치> 마지막 목요집회를 고대하며

민가협, 288번 째 목요집회


양심수 가족들의 마음이 다시 한 번 설레고 있다. 김 대통령이 지난 7월 4일 필라델피아 자유메달을 받는 자리에서 ‘올 8․15를 기해 양심수의 석방과 수배해제 등 대사면을 단행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지난 93년 9월 23일 시작된 후 7년째 접어드는 목요집회, 오늘도 어김없이 보랏빛 머리수건을 두른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소속 양심수 어머니들이 탑골공원 정문 앞을 지키고 있다. 8일로 2백8십8번째 목요집회를 맞은 이들은 언제나 ‘마지막 목요집회’를 고대해 왔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에서도 이들이 목요집회를 멈출 수 없는 까닭은 손성모(71, 19년째 수감 중), 신광수(71, 15년째 수감 중), 류락진(72, 6년째 수감 중), 안재구(67세, 6년째 수감 중), 최호경(8년째 수감중) 씨 등을 비롯한 2백7십8명의 양심수들이 아직도 15척 담장 안 독방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지난 92년 9월 10일 민족해방애국전선 사건으로 구속된 후 전주교도소에 수감중인 최호경 씨의 부인 황선희(40) 씨는 “남몰래 눈물 흘리는 아들의 모습을 더 이상보고 싶지 않다”며 김 대통령의 4일 발언으로 인해 부푼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매시간 라디오와 TV를 동시에 듣고 본다는 황 씨는 아들(최민혁, 11세)에게 “이번엔 아빠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지만 아들은 “저번처럼 못나오면 어떻게 하냐”고 반문했다며, “확정되면 이야기 할 걸, 괜히 기대를 가지게 했나 후회하게 된다”고 복잡한 심정을 토로하였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금속연맹 백순환 부위원장은 지난 달 30일 양대 노총 위원장이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구속수배자들을 생각하면 당사자 다음으로 대통령 자신이 가슴아프다. 법무부장관에게 지시해 풀어주겠다”고 한 말을 믿고 노동계 수배자들이 대거 자진 출두했으나, 검찰은 다시는 노동쟁의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요구하는 한편 각서를 쓰지 않은 노동자들을 구속했다며 분노했다. 백씨가 소속된 금속연맹 문성현 위원장도 대통령의 약속을 믿고 1일 용산 경찰서에 자진 출두했으나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재 구속된 상태다.

또, 이날 집회에 참석한 홍세화 씨는 “항간에 최후의 망명객이라고 자신을 말하지만 독일, 프랑스, 미국에서 고국 땅을 그리워하며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아직도 감옥에 양심수가 있는 현실에 몹시 송구스럽고 분노가 인다”고 심경을 밝혔다.

민가협 임기란 상임의장은 “이왕 석방하려면 준법서약서라는 조건을 걸지 말고 깨끗하게 양심수 전원을 석방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