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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말만 요란했던 대사면

김현철 사면에 양심수 끼워 넣기

8․15 사면이 확정됐다. 청와대 공보수석실은 12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양심수 82명 가운데 56명을 석방하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도 사면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에 손성모(19년 구금), 신광수(간첩사건, 15년 구금), 안재구(구국전위사건, 5년 구금), 최호경(남한조선노동당, 7년 구금) 씨 등 장기수들을 비롯해 단병호 전 금속연맹노조위원장과 장전섭 전 서총련 의장 등이 15일 오전 석방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자유의 메달을 수상하면서 한 양심수 대사면 약속과 김현철 씨 사면 논의로 이번 사면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왔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양심수 석방에서 준법서약서가 여전히 족쇄가 되었다. 비록 형기의 50%이상을 복역한 양심수의 경우 준법서약서 작성여부에 관계없이 석방되게 됐지만 상당수 양심수들이 준법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번 특사에서 제외됐다. ‘대사면’이라는 정부의 홍보에 걸맞지 못한 사면 규모에 대해 김현철을 사면하기 위한 정치적 쇼였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민주노총의 신현훈 대외협력국장은 “노동자와 양심수는 가두고 김현철 씨등 비리 연루자들을 사면하는 행위는 양심과 인권은 가두고 부정과 비리를 풀어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노동자, 국민과 화합할 뜻이 없다는 의사 표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의 남규선 총무 역시 “권력형비리의 상징인 김현철을 대다수 국민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사면하면서 양심수들에게는 구태의연하게 준법서약을 고집해 양심수 문제 완전해결을 바래온 많은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며 이번 사면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했다.

특히 정치수배자들의 경우 법무부의 완강한 준법서약 작성요구로 이번 사면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정치수배를 요구하며 조계사에서 1년 넘게 농성중인 박재철(외국어대 90학번)씨는 “경악을 금치 못할 발표”라며 “준법서약서가 제2의 사상전향제도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아는데 구 정권 하에서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에게 이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분노했다.

사면이 발표된 양심수 56명중 준법서약서를 작성한 사람은 7명으로 알려졌는데 97년 한총련 치사사건 관련자 3인은 준법서약서 작성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사면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