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의료공제조합’ 발족
의료비가 너무 비싸 병원도 찾지 못하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의료 혜택을 주기 위한 ‘외국인노동자 의료공제조합’(운영위원장 최의팔 목사, 의료조합)이 21일 발족됐다. 이날 국회의원 소회의실에서 열린 의료조합 창립식에는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 홍창의 전 서울대 병원장과 외국인노동자상담소 관계자 등 1백여명이 참가했다.
의료조합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원받은 5천만원을 설립기금으로 삼고, 외국인 노동자가 매월 5천원씩 납부하는 보험료로 운영된다. 외국인 노동자가 의료조합에 가입하면 1백여개의 협력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1차 의료기관의 경우 60-70%, 3차 의료기관에서 50%의 진료비를 돌려받게 돼 치료비 수준이 내국인과 비슷하게 된다. 의료조합은 기금 운영상의 문제 때문에 의료비 지원금을 최고 4백만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폐렴 등으로 죽어가는 외국인노동자
이날 발족식과 함께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외국인노동자의 의료실태에 대한 진단을 통해 의료조합의 과제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심포지엄 발제자로 나선 성남외국인노동자의 집의 양혜우 씨는 “외국인노동자의 경우 바쁜 일정으로 인해 병원에 갈 짬조차 낼 수 없으며 혹여 결근이라도 할 때면 많은 액수의 수당이 공제돼 외국인노동자들이 병원에 가길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중 대부분이 불법체류자들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과다한 치료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결핵, 폐렴 등의 간단한 질병조차 치료를 포기한 채 죽어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의료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노동자가 폐렴에 걸려 병원에 10일간 입원하였을 경우 지불해야할 병원비는 보통 외국인노동자의 10개월 임금에 해당한다.
국가차원의 대책마련 시급
따라서 인천사랑병원 원장 이왕준 씨는 “현재 외국인노동자 상담소 등에서 자선 의료기관과 연계해 이들에 대한 치료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 단일하고 조직적인 의료서비스 체계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는 “이에 따라 외국인노동자를 조합원으로 하고 전문적 협력 의료기관을 둔 형태의 의료공제조합을 창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의료공제조합의 창립으로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의료현실이 현재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긴 하지만 현재 조합 운영비가 5천만원에 불과해 15만명에 달하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의료지원을 하기란 어렵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관계자들은 의료공제조합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조합운영비의 확충을 비롯해 조합원들의 참여, 의료기관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더욱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외국인노동자의 문제 특히 그 법적 지위에 대한 문제와 의료문제에 대한 근본적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