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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 회복에 명절도 잊었다

한가위에도 농성장을 지키는 사람들


‘민족 민주열사 명예회복, 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이라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는 이미 빛이 바랠 대로 바래있었다. 오늘로 3백23일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회장 배은심, 유가협) 소속의 어머니, 아버지들…. 평균 60대인 이들은 10여 평의 천막에서 지난해 초겨울에 농성을 시작해 4계절 한 바퀴를 이곳에서 다 돌았다.

“작년 정기국회 끝날 때까지만 농성을 할 생각이었죠. 이렇게 오래 끌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정치권의 논의가 몇 번씩 바뀌는 동안 속이 다 타 버렸어요” 라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는 배은심 회장.이번 추석에도 농성장을 지키겠다는 유가족들은 지금 국회 법사위와 행자위에 계류 중인 두 법이 제정 될 까지는 농성을 풀 수 없다며 쓴 웃음을 짓는다.


두 번째 조계사에서 지낸 차례

조계사에서 농성중인 한총련 수배 학생들의 풍경도 다를 바 없다. 어느새 4백9일로 치닫는 농성이지만 수배학생들은 아침이면 어김없이 새벽 6시에 일어나 대웅전 마당을 쓸고 108배를 올린다. 이들은 추석을 앞두고 양심수 군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 수배자가족협의회, 유가협 등과 지난 19일 합동차례도 지냈다. 조계사에서 지내는 추석 차례도 어느새 두번째. 조계사 생활이 3개월째라는 최선희(수배 3년)씨는 “명절날 이렇게라도 가족들과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며 밝게 웃지만, 지척에 둔 집에 벌써 몇 년째 돌아가고 있지 못하는 마음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서럽기만하다.


귀향보다는 추석농성을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도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며 명동성당에서 단식기도에 돌입한지 오늘로 16일째를 맞았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삭발단식농성에는 평신도단체인 가톨릭 전국사목협의회, 예수살이공동체 등 천주교 단체 회원들의 릴레이 지지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매일 오후 8시 단식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미사을 열기도 한다. 추석 명절이라고해서 이 일정에 변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제단의 바로 옆 천막에는 범민련과 전국연합 회원들이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치며 귀향이 아닌 추석농성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25일 오후에 <명동성당 한가위 한마당>을 열고 추석명절을 보내고 돌아온 이들과 함께 명절의 훈훈한 정을 나눌 계획이다.

이처럼 인권피해자들의 농성이 추석에도 계속될 전망이어서 올 추석 역시 풍성한 명절이기보단 본인들은 물론, 가족들과 친지들의 마음이 허전한 명절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