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의 존폐 문제를 둘러싸고 법률가 및 정치인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
2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국민회의 인권위원회 주최 로 국가보안법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입장을 달리하는 변호사와 법학과 교수 등 법률가와 여야 국회의원들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국가보안법 존치론자인 동아일보 육정수 논설위원은 “과거 정권이 정권유지 차원에서 국가보안법을 악용, 인권침해를 발생시켰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은 법 자체의 문제보다는 운영상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의 대치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가보안법을 개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대신 법의 남용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처벌기준과 사용요건 등을 강화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인섭 교수(서울대 법학과)는 “인권침해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고무찬양(7조), 불고지(10조), 구속기간의 연장(19조) 등의 조항은 모두 국가안보보다 독재정권의 강화를 위해 날치기 등 변칙적인 방법으로 삽입된 것”이라며 “국가의 존립과 안전 상의 문제라면 현행 형법만으로도 충분한 규제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고무찬양 대신 선전선동 처벌”
국민회의의 유선호 의원은 불고지(10조), 참고인의 유치(18조), 수사관 상금(21조) 조항 등의 삭제에는 동의하면서도, 쟁점이 되고 있는 7조에 대해서는 존치론을 폈다. 유 의원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를 처벌’하도록 되어 있는 7조 1항을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아 선전선동한 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고치면 7조에 의한 인권침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청석에서 “반국가단체의 지령에 따라 활동하는 것은 간첩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현 형법에 의해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7조의 완전삭제를 부정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유 의원은 “그 문제는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한편, 유 의원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 결사 또는 집단’으로 규정된 현국가보안법 상의 반국가단체 개념을 ‘대한민국의 정체를 부정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으로 대체하면 된다는 주장을 폈다.
“정부참칭 대신 정체부정 처벌”
반국가단체 규정인 국가보안법 2조에 대해서도 상반된 주장이 제기됐는데, 이석태 변호사는 “남북합의서 체결,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등은 이미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반국가단체 규정은 막다른 한계점에 도달해 국내법 사이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진우 변호사와 자민련의 이동복 의원은 “북이 적대행위를 했을 경우에만 반국가단체로 보고 그외에는 주권국가로 인정하면 된다”며 북한에 대한 이중적 기준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만섭 국민회의 총재대행 등 정계 인사와 민가협 회원 등 사회단체 인사 7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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