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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표현의 자유 짓밟은 NGO대회

대통령 경호 핑계, 피켓시위대 몰아내


전 세계 NGO(민간단체)들의 축제의 장이자 민간단체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공간인 세계 NGO대회장에서 평화로운 피켓시위를 벌이던 민간단체 활동가들이 청와대 경호원과 경찰에 의해 쫓겨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계 NGO대회가 열리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주변에서는 11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민간단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소속 단체 활동가 50여명이 삼삼오오 흩어져 “올바른 국가인권기구의 설립”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오전 10시경 공대위 회원들이 자리를 옮기기 위하여 1-2 출입구 쪽으로 이동할 때 김대중 대통령이 도착했고, 그 순간 사복차림의 청와대 경호원들 20여명이 “죽여버리겠다”는 폭언을 퍼부으면서 민간단체 활동가들을 힘으로 밀어냈다. 잠시 후 송파경찰서 소속 26중대 60-70명의 전투경찰이 배치되면서 몸싸움이 격해졌고, 이들은 활동가들을 포위․고립시킨 가운데, 공식행사가 끝난 낮 12시경에야 풀어주었다.

한국국제문제연구소의 최영희(28) 씨는 “어느 곳에서든지 피켓시위가 가능하다더니 경찰이 나타나 ‘1-2출구에서 피켓팅을 하는 것은 집시법 위반’이라며 ‘잡아, 밀어’라는 소리를 지르며 몰아부쳤다. 15명 정도가 계단에 쓰러지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 송파경찰서 26중대 중대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법으로 대응할 테면 하라”고 말해 활동가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이날 사태와 관련 공대위는 긴급성명을 발표, “평화로운 시위조차 폭력으로 진압하는 몰지각한 행동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의 행차가 NGO의 평화적 의견표명 보다 중요하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NGO대회인가”라고 비난했다. 또한 “대회 주최측에서도 한시간 반 동안 이를 방관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국제적인 NGO대회 사상 대통령의 시야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민간단체의 시위를 진압한 사건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날 NGO대회 개회식에 참여한 김대중 대통령은 “오늘은 대통령으로서 온 것이 아니라, 인권활동가로서 참여했다”는 발언을 해 인권단체 활동가들을 실소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