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서류 제시하며 자백 요구"
영남위원회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 되었다가 완전무죄로 석방된 천병태(38) 씨와 영남위 사건에 관한 얘기를 나눠봤다. 천 씨는 95년 울산시의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민주노동당 울산시지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 이번 판결에 대해 만족하는가?
▲ 네 번의 재판 모두 만족스럽지 않다. 도감청에 대한 판결도 진보적이라고 볼 수 없다. 애당초부터 그러한 물건들은 증거능력이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1, 2심에서 받아들인 것 자체가 문제였다. 디스켓을 누가 제작했는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증거능력으로 인정한 것 자체가 문제다. 이번 판결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내릴 수 있는 당연한 판결이다.
실형이 확정된 방석수 씨는 민주노총 가입시 이력서를 냈는데, 그것이 박경순 씨의 집에서 나왔다고 해서 이적단체 가입죄가 적용돼 3년 실형을 받았고, 정대연 씨는 「자주의 길」이라는 책 하나 때문에 징역 1년6개월(이적표현물 제작 혐의)의 실형을 받았다.
△ 영남위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 우리가 이 땅의 모순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만나 얘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에 해당하는 죄일 수 없으며 그러한 죄를 저지른 적도 없다. 우리가 구속된 때는 울산지역 노동자들의 파업이 최고 정점에 달했을 때로 구속자 대부분을 비롯해 노동운동단체, 구청장 등이 파업에 앞장선 상태였다. 당시 파업은 정리해고가 가능하냐 가능할 수 없냐를 승부짓는 기로였다. 왜 하필 그때였는지는 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 반제청년동맹, 민족민주혁명당과의 관련 여부는
▲ 처음엔 우리를 조선노동당(반국가단체)이라고 하더니 다음은 반제청년동맹(반국가단체), 그 다음엔 영남위(반국가단체)로 지칭했다. 그리고 2심 때는 동창회(이적단체)로 바꾸더니 이제는 민혁당 산하조직으로 몰아가는 것만 보아도 이 사건의 조작성이 드러난다.
△ 수사과정은 어떠했는가?
▲ 당시 수사관들은 동료가 시인했다는 조작된 서류를 가지고 와서 자백을 권유했고, 가족들을 들먹거리며 진술을 유도했다. 당시 들었던 폭설과 폭언은 이루다 말할 수도 없다. 또 국가보안법의 경우 수사기한이 50일로 돼 있어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정신적 고통이 매우 심했는데 부모들이 다 구속된 경우 아이들이 고아신세가 된 상태도 많았다. 예를 들면 박경순 씨의 아들은 우울증으로 인해 시력이 많이 나빠진 상태다. 이러한 고통을 어떻게 보상해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