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주 잠적으로 속수무책
고용주가 잠적해버려 몇 년간 밀린 수백만 원의 임금을 받을 길이 없어진 이주노동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부산의 '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에 따르면 조선족 박아무개 씨는 97년 12월 입국해 투견사육장에서 일했으나 99년 2월 고용주가 잠적해버려 4백만 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박 씨에게는 병마까지 찾아왔다. 잠적해버린 고용주를 찾아다니던 박 씨는 지병인 간경화가 악화돼 현재 부산대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담당의사는 박 씨가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으며, 입원기간이 한 달도 안됐지만 병원비가 7백만 원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박씨는 병원비를 지불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함께 온 박 씨의 부인도 남편 간병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몽고에서 온 바타 씨의 경우 조돌(가명)이라는 사람에게 고용돼 조립식 아파트천장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고용주는 월 80만원을 주기로 했으나 지난 2년간 월 10-30만원의 불규칙한 월급만을 지불하다 올 1월부터는 아예 연락마저 두절한 채 잠적해 버렸다. 현재 바타 씨는 총 4백만 원의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잠적해버린 사장을 찾아다니고 있다. 또 다른 조선족 박 아무개 씨도 고용주가 잠적해버려 총 9백만 원의 임금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의 강은경(30) 사무국장은 "노동부나 경찰에 도주한 고용주를 신고해도 기초수사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 고용주를 찾아내도 벌금만을 물게될 뿐이어서 사실상 이주노동자들 밀린 임금을 받을 길은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