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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택시노동자 분신, 사실과 달라

경찰 과잉진압에 따른 화재 가능성 높아


지난 26일 경기도 동두천시청(시장 방제현) 시장실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이 당초 알려졌던 '택시노동자들의 분신'이 아니라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화재'였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날 고 홍성표(36) 씨 등 택시노동자 4명은 온몸에 휘발유를 뿌린 채 시장실을 점거하고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홍 씨 등은 모두 우신운수(대표 강신규) 택시노동자 출신으로 택시계의 관행인 지입제로 인해 수천만 원의 빚에 시달려 왔다. 이와 관련된 피해자만도 30여명이며, 피해액은 10억에 이른다. 우신운수 택시노동자들은 장기농성 등을 시도하며 사태해결을 도모했으나 동료의 자살 등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사건 당일 화재와 관련, 동두천시측은 "방제현 시장은 진압명령을 내리지 않았으며 의정부 강력수사계의 자체판단에 의한 진입이었다"고 주장하며, "오후 5시경 소방관과 경찰이 소방호수를 들고 시장실로 진입하자 시장실 안에서 갑자기 폭발이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청측은 27일 "시장실에서 농성 중이던 고 홍성표 씨가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고 구체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장실에서 농성을 벌였던 한상만(37) 씨는 "휘발유를 몸에 뿌린 것은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아무도 라이터를 소지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당시 앞쪽에 있던 홍 씨는 책상을 밀며 경찰의 진입을 막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화재 발생직전 시장과 휴게실에서 면담을 했던 정명호(36) 씨는 "시장이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증언하고 있다. 현장에 있던 일부 소방관과 형사들도 이러한 사실을 유가족에게 시인했다.

또한, 동두천소방소(소장 이재훈) 화재원인 조사자는 "화재현장에서 라이터를 찾지 못했으며,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경찰과 시청직원들의 증언에 따라 방화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현장에 있던 이재훈 소장은 "밀폐된 장소에 한시간 반 이상 휘발유가 뿌려져 있었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 의해서도 불이 날 수 있다"며 "5시경 사복을 입은 남자들이 시장실로 들어가자 시장실 뒤쪽에서 불길이 나오는 것을 보고 화재진압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증거나 수사 없이 시청측의 일방적인 주장에 따라 정 씨는 방화혐의로 의정부경찰서에 구속중이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충주 씨와 한상만 씨는 화상을 입고 서울 쌍문동 한일병원에서 입원중이다.

한편 홍 씨의 시신은 의정부 추병원에 안치중이며 유가족과 비상대책위는 시청 안에 분향소 설치를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중이다. 시청측은 경찰병력을 증강시키고 불심검문을 통해 시민들의 출입마저 제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