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 3명이 법정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탈주한 사건을 계기로 당국은 이러저러한 대책을 내놓으며 사태 수습에 부심하고 있다. 그런데, 당국이 마련하고 있는 '대책'이라는 것이 한심한 수준이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강도·강간·살인범 등 이른바 '흉악범'에 대해 원칙적으로 법정에서 수갑과 포승을 채울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도마에 오른 형사소송법 제280조는 "재판장이 피고인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가 아니면 법정에서 피고인의 신체를 구속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다. 이는 형사 피의자들이 법정에서 수갑과 포승에 묶여 있을 경우, 인간적인 수치심과 위축감으로 인해 자신에 대한 방어(변론)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피의자가 '공정한 재판을 받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인권보호 조항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앞으로 "검사의 요청만으로도" 계구의 사용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함으로써 오랜 투쟁 끝에 어렵게 확보된 피의자의 인권을 하루아침에 후퇴시키겠다는 것이다.
지금 법무부는 탈주사건이 "법정에서 수갑을 풀어주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원인은 명백히 "낡은 계호시스템"에 있다. 알려진 바대로, 탈주자들은 교도소를 나서면서 거쳐야 하는 단층촬영 검신대와 몸수색 과정을 아무 탈없이 통과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오히려 형사소송법의 개정을 통해 사태를 무마하려는 것은 행정당국의 잘못을 전 재소자에게 뒤집어씌우는 행위일 뿐이다.
법무부는 또 관련 교도관의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한다. 관련 교도관들에 대한 문책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급 교도관 몇 명을 제물로 바친다고 해서 사태가 수습될 수는 없다. 교도관의 증원이나 교도관 복무여건의 향상, 그리고 과학적인 계호장비의 도입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