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2일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건설산업 상용직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68.7 시간이라고 발표했다. 법정 초과 근로시간 상한선인 주56시간을 10시간 넘게 웃도는 노동시간이다. 이는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아래 건설연맹)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총 26개 사업체 6백여 현장 상용노동자 3천4백50명을 대상으로 설문, 면접 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이다. 더구나 정부 발주 공사장의 노동시간은 일반 공사장보다도 더 긴 71시간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데 오히려 정부가 앞장서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건설연맹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들을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조사 대상 중 절반이 넘는 노동자들이 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항상 피곤하고 지쳐 있다(37.87%)", "나도 과로사할 가능성이 있다(14.28%)"고 답한 것은 장시간 노동의 비인간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은 산업재해 발생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건설연맹은 지적한다. 즉 "몸이 피곤하기 때문에, 안전관리가 소홀해지고 결국 재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별 노동자들 입장에서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제기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문제 제기에는 항상 해고의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ᄀ산업에 종사하는 한 건설현장 노동자도 "하루 평균 12시간 넘게 일하다보니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고 호소하면서도 "하지만 인원감축의 회오리 속에서 살아남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에 당장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정부 직무유기, 장시간 노동 불러
이처럼 건설현장의 장시간 노동이 방치된 데에는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행정기관의 직무 유기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정기준 초과 장시간 노동에 대해 노동부나 건설교통부의 조사 및 제재가 없는 것 같다"고 응답한 사람이 조사 대상의 3분의 2(64%)를 차지한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52조 연장근로기준의 제한 조항에 따르면, 이를 위반한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으로써 법정기준을 엄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제는 사실상 기능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이와 관련, 건설연맹은 이번 조사결과 보고서의 결론 부분에서 "장기적으로는 노동조합의 참여 하에 노동시간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근거로 건설산업의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노동부에 촉구하고 있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