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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동방제약 노동자, '노예해방'선언

사장 횡포·노조탄압 맞선 파업 44일 째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70년대 전태일 열사가 외친 이 말이 21세기 사업장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문제의 사업장은 징코민(혈액순환촉진제)을 만드는 동방제약(대표이사 박화목, 경기도 안성 공도면)으로 60여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관련기사 본지 2000년 2월 2일자 참조>

△ 노동조합 인정 △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수당 지급 △ 4대 보험(의료, 산재, 의료보험, 국민연금) 실시 △ 면접당시 책정한 임금 지불….
지난 3월 2일부터 44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이 회사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은 이렇듯 새삼 요구할 필요도 없는 기본적인 것들이다.

"입사한 뒤 3일째 되던 날 회의시간이었어요. 누군가 사장의 말에 이의를 표하자 사장이 갑자기 호통을 치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너! 나가서 서 있어' 이러는 거예요. 그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지켜보니 매사가 그런 식이더군요. 직원들을 인간으로 취급하질 않아요"(품질관리부 과장 박현옥(노조 문화선전부장))

박 씨의 말처럼 이 회사에선 노동기준이 아닌 사장 개인의 '무대뽀(?) 정신'이 노동 조건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계속되는 노동자들의 증언에선 '사측'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사장만이 존재할 뿐이다.

"회사 안에서 빵, 과자 사먹는다고 짤린 사람도 있고, 누구는 밥 많이 먹는다고 '식충이'라 욕을 얻어먹으며 짤렸어요. 사장이라는 사람이 하는 일은 회사 돌아다니면서 직원들 감시하는 것뿐이에요. 이런 얘기를 창피해서 어디 가서 하겠어요?"

"1, 2분 지각해도 시말서를 써야하고, 월요일 아침 예배에 참석하지 않아도 시말서를 써야 하죠. 참, 사장이 직원들을 월요일에 한 시간 일찍 나와서 예배보게 하는 건 아시나요?"

"수습기간 3개월이 지나면 정직원으로 채용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지난해 11월에 입사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일을 못한다면서 수습딱지를 떼어주지 않아요. 제 이전에 입사했던 사람들도 대부분 그런 절차를 밟았죠. 사장은 싫으면 관두라는 식이에요. 동방제약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면서요. 그렇게 그만둔 사람 치고 월급 제대로 받은 사람이 없대요"

창립한 지 25년 된 회사에서 1년 6개월 된 자신이 최고참이라는 이원범 대리는 "사장이 외할머니 상을 당해 하루 결근한 직원에게 사망진단서를 떼어오라고 해 그 직원이 결국 장지까지 가서 증명서를 떼올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으며 씁쓸할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말이 좋아 노동조건 개선이지 사실상의 '노예'생활을 벗어나고자 이 회사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게 되었다. 연구원으로 일하는 문민우 씨는 "사직서까지 썼다가 악에 받혀서 노조에 가입했다"고 말한다.

노조설립에 대한 회사의 대응은 가지가지였다. 노조 간부들을 현재의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영업부서로 배치했고, 정리해고를 실시하겠다고 위협한 뒤 곧 회사 홈페이지와 잡지 등에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냈다. 그러나 노조가 물러설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결국에는 직장폐쇄 신고를 냈고, 노조 파업으로 발생한 손해액을 받겠다며 노조원들의 신원보증인들에게 내용증명서를 보내기도 했다.

노조는 지난 1월부터 4차례 사측을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했다. 하지만 중재에 나서야할 노동부조차 '박화목 사장은 도대체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니 노조가 양보하라'고 권했다 한다.
조용섭 노조위원장은 "양보를 하고 싶어도 양보할 것이 없다"며 "동방제약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하였다.

일 개인의 횡포가 기본적인 노동조건 위에 군림할 수 있는 모순을 깨고 비상할 수 있기를 동방제약 노동자들은 염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