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슈트, 수잔 헐리 엮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옮김/ 사람생각 펴냄/ 304쪽
『현대사상과 인권』은 국제 엠네스티의 교육프로그램의 하나로서 기획된 것이다. 그러나 엠네스티의 활동적이고 실천적인 성격에 비하여 이 책은 아주 사변적이며 인권에 대한 깊은 철학적 고찰들을 담고 있다. 저자들도 모두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철학자나 사상가들이다.
이 책은 서론과 7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논문은 정치이론가인 룩스의 "인권에 관한 다섯 가지의 우화들"인데, 그는 공리주의, 공동체주의, 공산주의를 배격하고 자유주의와 평등주의에서 인권을 구하고자 한다. 둘째 논문은 사회정의론으로 유명한 롤즈의 "만민법"인데, 그는 인권이 국제질서의 보편적인 척도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논문은 페미니즘의 열렬한 옹호자인 매킨넌의 "전쟁범죄와 평화범죄"인데, 그녀는 보스니아에서의 여성에 대한 참혹한 범죄에 대한 단죄는 궁극적으로는 여성을 배제하는 남성중심적인 법개념을 혁파하는 것임을 역설한다. 넷째 논문은 현대 미국의 신실용주의의 사상가인 로티의 "인권, 합리성, 감정"인데, 그는 인권의 옹호는 합리주의적인 정당화가 아니라 감성적인 호소를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다섯째 논문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상가로 유명한 리오타르의 "타자의 권리"인데, 그는 인권의 기초를 대화의 상대방이라는 타자의 존재에서 구한다. 여섯째 논문은 헝가리 출신의 정치사상가인 헬러의 "자연법의 한계와 악의 역설"인데, 그녀는 악에 대한 근본적인 저항을 강조하였다. 일곱째 논문은 합리적 선택론의 대표적 사상가인 엘스터의 "다수결의 원칙과 개인적 권리"인데, 그는 권리보호에 있어서의 다수결원칙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철학적이고 사변적이라고 해서 이책에 실천적 효용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인권을 대하는 근본적 태도 그리고 인권옹호를 위한 이념적 전제를 되새겨 보게 한다. 이것이 이 책의 최고의 미덕이다.
(정태욱-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원, 영남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