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폭격훈련장 우라늄탄 실험, 불붙은 주민 저항
매향리 미군 폭격훈련장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지배하의 푸에르토리코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 연수중인 인권운동사랑방 김정아 씨가 보내온 글을 싣는다. <편집자주>
지난 2월 이후 미 해군 철수를 요구하는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의 저항운동이 고조되자, 최근 미국정부가 이를 강제진압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매향리'는 바로 미 해군이 1941년부터 군사훈련지로 사용하고 있는 푸에르토리코의 비에케 섬. 지난해 4월 19일, 유고 폭격을 위한 훈련 중이던 미해군은 이 섬에 위치한 폭격훈련장에서 오폭으로 민간인 데이빗 사네(David Sanes) 씨를 숨지게 하고 4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사네 씨의 죽음은 푸에르토리코에서 처음으로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본격적인 국민행동에 불을 당겼다. 이 저항운동은 지난 2월의 1백만 명이 넘는 대규모 시위로 발전하기도 했다. 사네 씨의 사망사건 이후 주민들은 이 섬 훈련장을 점거하면서 미 해군과 치열하게 대치해왔다. 그들의 요구는 미 해군의 군사훈련 즉각 중단과 완전철수이다.
미국이 푸에르토리코에 설치해 놓고 있는 거대한 군사기지는 비에케를 비롯해 모두 3곳. 특히 과거 파나마에 위치해 있던 미국 Southern Command 소속 Southern Army가 최근 푸에르토리코로 이전되었고 이 곳에서 대규모 군사요원이 양성되고 있다는 것이 '국제행동연대' 스콧 씨의 설명이다. '국제행동연대'는 미국 내에서 푸에토리코 독립지지 운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이다. 그는 또 "걸프전과 유고전에서 사용되었던 모든 신종무기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이미 군사실험을 거친 것"이라며 푸에르토리코는 사실상 미군 군사 작전의 전진기지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내 시민단체들은 푸에르토리코에서 실험되고 있는 신종무기에 강한 화학 독성물질이 들어있다며 강력 비난하고 있다. 미국에서 푸에르토리코 독립운동을 꾸준히 펼쳐온 모니카 소모쿠시오 씨는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사용했던 다이옥신 등 독성이 강한 화학무기와 우랴늄을 포함한 핵무기를 비에케에서 실험하고 있고, 그 결과 이 지역 열대우림 파괴는 물론 주민 1/5 가량이 암에 시달리고 있다"고 현지의 참상을 전한다.
주민들의 뜻밖의 저항에 직면한 미국정부는 지난 1월, 비에케 주민들에게 △3년동안 폭격훈련 재개와 4백만 달러 보상 △폭격훈련 재개와 영구상주 △폭격훈련에 대한 국민투표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모니카 씨는 "어느 것 하나 선택할 수 없다. 특히 국민투표는 민주적인 듯이 보이지만 지금과 같은 식민상황 하에서 공정한 투표를 기대할 수 없다"며 미국의 즉각 철수만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비에케 훈련장을 검거하는 주민들에 대해 강제연행이라는 강수를 택한 것은 지난 4일이었다. 연행과정에서 80세가 넘은 노인이나 환자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의자도 없이 10시간 동안 햇볕 아래 방치하기도 한 '가혹행위'는 오히려 저항운동을 부채질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 미해군과 경찰은 비에케 주요 도로와 부대 출입구를 통제하고 민간인의 접근을 막고 있으며 특히 어부들의 해안 접근을 막음으로써 이들의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최근 소식이다.
미국은 푸에르토리코를 1898년부터 강점하고 있다.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전쟁 당시 미국은 푸에르토리코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그곳에 아예 상주해버린 것이다. 푸에르토리코 국민은 미국 시민권을 가질 수 있지만 투표권은 없다. 군사적으로는 적어도 13% 이상의 섬이 미국방성의 직접 통제를 받는다. 미국 기업은 세금 없이 푸에르토리코에서 생산과 유통, 판매를 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이 최저생계를 밑도는 저임금이다. 무엇보다도 미국법('미국-푸에르토리코 정치적 지위에 관한 법률')이 푸에르토리코의 모든 것을 통치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의 식민지인 셈이다.
'미국의 매향리' 비에케의 운명은 우리에게도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