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레미콘, 불평등 계약 강요
레미콘 운전기사 120여명이 한달 째 회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4월 인권변호사를 초청해 '지입제의 문제점'을 토론하는 등 불공정한 지입제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아주레미콘 (대표이사 백문기)으로부터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당한 이들은 5월 7일「아주레미콘 기사 운송협의회」(회장 강의원)를 결성해 투쟁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형식상 자신의 레미콘차를 가지고, 즉 지입제로 아주레미콘에서 일해온 독립된 '사업자'들이다. 그러나 이 '사업자'는 '빛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88년 운전기사들이 노조를 결성할 움직임을 보이자 회사 측은 이들을 모두 강제퇴직 시킨 뒤 개개인에게 빚을 지고 차량을 사게하고 사업자등록을 하게함으로써 지입제로 전환, 운전기사들과 개별 운송계약을 맺어왔다. 전형적인 불평등 계약이었다. 6년간 일했다는 박 석(41) 씨는 "계약해지는 회사측만이 할 수 있었고 퇴직할 경우에는 차를 아무런 대가없이 반납해야했다"며 그 계약서는 "그야말로 '노비문서였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회사 측은 운전기사들의 집단행동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들과의 계약 시기를 각각 달리하는 치밀함까지도 보였던 것이다.
회사 측이 지급하는 운반단가는 터무니없이 낮았다. 대부분의 운전기사들이 "하루 12시간씩 월 28일을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채 90만원도 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열악한 노동조건이 10년 넘게 계속되자 운전기사들은 지난해 11월 운송을 중단하고 운반비 인상과 불평등한 계약조건의 개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사측은 "개별 사업자들의 단체행동은 계약서 위반이므로 운송계약을 해지하겠다"며 운전기사들을 압박했고 운전기사들은 이 압박에 굴복, 차후 문제를 일으켜 사측에 손해를 입힐 경우 재산의 압류처분에 응하겠다는 굴욕적인 각서를 쓰고서야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의 계약서 가운데 8개 조항이 "불공정하다"는 결정을 내린 사건은 이들의 투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4월 들어 이들은 사측을 비판하는 스티커 붙이기, 인권변호사 초청간담회 등 행동을 취했지만 이것은 결국 회사 측에 의한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이어졌다.
현재 운전기사들은 법원에 '계약해지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는 한편 계약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놓고 있다.
<사측이 운송기사들에게 강요한 각서>
본인은 (중략) 차후 회사와의 레미콘 운반계약을 준수치 아니하고 불법으로 레미콘차량의 운행을 중단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에는 (중략) 본인 소유의 부동산 및 동산을 포함한 기타 타회사에서 수령하는 급여의 압류처분 뿐만 아니라 믹서차량에 대한 회사의 어떠한 처분에도 순응할 것입니다. (중략) 또 회사에서 임의대로 처리해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치 않을 것을 각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