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이 사람이냐?" 진저리치는 매향리
19일 오후 4시 45분 매향리. 미군의 기총사격 세례에 40여일 간의 짧았던 평화는 깨졌다.
아침부터 폭격을 알리는 황색기가 사격장 입구에 흩날리고 미군기의 저공비행이 팽팽한 긴장을 유발하더니 기어코 폭격은 재개됐다. 폭격은 밤에도 이어져 밤 10시 50분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보통 자정까지도 폭격을 했다고 한다.
폭격에 항의하는 주민과 사회단체 회원들은 사격장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어김없이 한국 경찰이 이들을 막아섰다. 앞장섰던 문정현 신부(소파개정국민행동 상임대표)가 경찰에게 떠밀려 주저앉았고 이를 말리던 학생들에게는 방패세례가 쏟아졌다.
"저것들이 농약을 먹었지", "이렇게 폭격소릴 다 듣고도 모른척하는 인간들이 사람이냐?"
17일에도 경찰의 원천봉쇄와 돌팔매질에 경악했던 주민들은 폭격이 재개된 19일에도 변함 없는 경찰의 폭력에 원성을 높였다.
한편 폭격이 재개됐다는 소식을 듣고 대학생 50여명이 저녁 7시 경 서울 광화문의 미대사관을 향했다. 이미 미대사관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던 경찰은 교보빌딩 앞에서 이들을 가로막았다.
"살인적인 매향리 폭격 즉각 중단하고 미국은 떠나라"고 외치는 시위대와 경찰의 몸싸움은 격렬했다. 메가폰을 든 경찰 지휘자는 "여러분은 시민의 비웃음을 받고 있다. 더운 여름에 힘자랑 하지 말라"고 비아냥거렸다.
경찰의 완강한 봉쇄에 결국 시위대는 미대사관으로 가지 못하고 종로 쪽 인도로 행진하다 명동성당으로 향했다.
하루종일 경찰과 매향리 사격장 철책을 상대로 씨름한 문정현 신부는 "죽으러 온건데 죽으러도 못 간다. 총 맞아 죽겠다는 데 죽을 자유도 없으니 착잡하다"며 한탄했다. 이러한 울분을 안고 20일 11시 매향리에서는 '매향리 사격장 폐쇄를 위한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