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자 오인, 진실 밝혀지자 보안법 씌워
남북정상회담 바람을 타고 국가보안법 개폐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한편에서 국가보안법을 무리하게 덮어씌움으로써 '껀수'를 올리는 경찰의 수사관행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3일, 경찰은 명동의 한 PC방에서 서일대 99학번 황선동(19세) 군을 체포했다. 이 날 경찰은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천막농성 중인 정치수배자들의 부탁을 받고 농성소식을 컴퓨터 통신망에 올리려고 PC방에 들른 황 군을 미행 끝에 붙잡은 것. 황 군을 면회한 이상희 변호사에 따르면 경찰이 황 군을 붙잡으면서 "너 지명수배자지?"라고 했다고 한다. 즉 삭발한 머리로 농성장에서 나오는 황 군을 영낙 없는 정치수배자로 찍고 미행했던 것이다.
그러나 황 군은 정치수배자도 아니었고 그가 다니는 서일대 총학생회가 한총련 소속인 것도 아니었다. 이런 사실은 곧 밝혀졌지만 경찰은 황 군을 풀어주지 않았다. 장안동 보안수사대에서 국가보안법을 덮어씌우기 위한 '별건 찾기'에 골몰한 경찰은 결국 그를 집시법 및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송치하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 황 군이 노동절 집회, 범민족대회, 한총련 대의원대회에 참가했으며, PC방에서 가지고 있던 디스켓에는 그가 통신망에 올린 농성소식 외에도 한총련 관련 파일들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 그의 '범죄사실'이었다.
이상희 변호사는 "황 군이 그 당시 가지고 있던 디스켓은 다른 사람 것이었을 뿐 아니라 그 속에 한총련 관련 파일이 들어 있다고 하지만 이는 그가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며, "19살 소년을 대공분실에 데려다가 이런 식으로 수사를 하다니,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서일대학교 학생회의 한 임원은 황 군이 "독방에 며칠동안 갇히기도 하고 계속되는 신문에 정신적․육체적으로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안타까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