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대접 받고 싶다" ... 호텔 롯데 파업 강제 해산
경찰이 호텔 롯데 파업을 해산하면서 퇴로도 남겨놓지 않는 '토끼몰이식 작전'으로 일관, 수십 명의 노동자가 부상당했다.
29일 새벽 4시 경찰은 호텔 롯데에서 서울시경 기동대와 경찰 특공대를 투입해 연막탄 등을 쏘고 곤봉을 휘두르며 노동자들을 해산시키고, 정주억 호텔 롯데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1천 9십여 명의 노동자를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은 김병철 씨 등이 백병원, 강북삼성병원, 국립의료원, 경찰병원 등에 후송돼 있다.
지하의 방재실과 변전실을 확보한 경찰은 2층 크리스탈 룸으로 진입, 노조원들을 36․37․38 층으로 '토끼몰이 하듯' 몰았다. 결국 2층과 37․38층으로 동시 진입한 경찰에 의해 퇴로가 막혔다.
"자욱한 연막탄에 앞도 잘 보이지 않는 가운데 36․37․38층은 아수라장이었다"고 최영희(33, 조리부) 씨는 증언했다. 36층에 있었던 노조원 김지영 씨의 남편은 "현장에서 전화가 왔는데 '울음소리가 가득하다. 임산부가 하혈을 했다'고 비명 지르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다급한 목소리로 인권운동사랑방에 전화를 해오기도 했다.
민주노총 교선실장 손낙구(38) 씨는 "핸드폰으로 전해지는 현장상황이 너무도 다급해, 퇴로도 없는 완전진압 작전으로 인명사고 위험성이 걱정돼 '우리(민주노총)가 평화로운 해산을 설득하겠다. 작전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농성이 해산된 후 명동성당에서 만난 호텔 롯데의 한 직원은 "우리는 돈 문제보다 인간대접을 받고 싶은 것이다. 새벽 2시에 일을 마친 후 (회사가) 당일 새벽 5시에 출근하라고 하면 우리는 출근해야 한다. 졸면서. 며칠씩 잠을 못 자 뷔페식당 테이블 밑에 기어 들어가 잠들었다가 아침에 식당에 온 손님이 깨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의사폐업에는 협상으로 답하고, 호텔노동자에게는 경찰을 보낸 이유를 모르겠다. 아니 이해할 수 없다"고 울먹였다.
한편 민주노총(위원장 단병호)은 이날 오후 긴급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전국 롯데관련 시설에서 정부와 롯데재벌 규탄대회 개최 ▲이무영 경찰청장 퇴진 요구 ▲롯데제품 불매 ▲단위노조별 조합원 보고대회 등을 행동수칙으로 정했다. 또한 민주노총 등 30여 시민단체가 참여한 '민중대회 위원회'는 30일 오전 11시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공권력 투입에 대한 입장과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