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논평> '강신욱 대법관 만들기'에 공모하는 그대들에게


대법관 인사청문회. 말로는 후보자지만 벌써 대법관이 된 사람을 대하듯 '사적인 인연'을 들먹이며, 감개무량인양 "이런 귀한 자리까지 오게 되신걸 축하드립니다"라고 꾸벅거리는 의원이 있었다. 그의 인사대로라면 강신욱의 대법관 자리도 굳을대로 굳은 모양이다. '유서대필'사건을 조작한 강신욱은 어떻게 '인권의 보루'라는 대법관의 자리까지 오게 됐을까? 27년 검사생활에 서울고검장이 마지막 공직이라 생각했다는 그를 대법관 자리에 밀어 올리고 그를 떠받든 세력들이 완강하게도 우리 사회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문회에서 강신욱은 "명경지수와 같은 마음으로 재판을 하고 싶다"며 "대법관이 되면 저의 편견과 독선으로부터도 독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의 대법관에 임하는 소신은 유서대필 사건을 아는 우리의 상식을 비웃었다. 그의 간 큰 소신에 품위 있게 끄덕거리는 자랑스런 '입'들의 침묵을 보자. "나는 고발한다"의 에밀졸라의 출현을 기대하진 않더라도 이건 해도 너무하다.

93년 상당수 정치판사의 퇴진을 요구하며 정치판결의 대표적 사례 중 강기훈 씨 유서대필 사건을 거론했던 대한변협(회장 김창국)은 끈끈한 법조인들의 우의를 자랑하고 싶었던지 강신욱의 대법관 임명제청에 대해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우의가 지나쳐서 진실에 골을 패게 하였다.

인사청문회 위원장 자리 다툼을 하느라 귀중한 시간을 잡아먹은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유서대필 사건을 함께 겪으며 재야의 도덕성에 대한 공격을 받았던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국회에 들어가 뭘 하고 있는가? 유서대필 사건은 한국의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쉽게 주절거린 지식인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대들에게 묻고 싶다. '친구에게 유서까지 써주며 죽으라고 했다'는 세상에 없을법한 파렴치한 죄로 무고한 젊은이가 감옥에서 청춘을 썩혔는데,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대법관이 된 들 그대들 살아가는 세상에는 아무 지장 없다고 생각하는지를. 아니 어차피 끼리끼리니 상관없다고 생각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