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 '통신질서확립법' 공청회, 졸속추진 질타
20일 정보통신부는 삼성동 COEX 컨퍼런스 센터에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관련기사 본지 7월 20일>
기조발제에 나선 박광진 한국정보보호센터 팀장은 '개인정보보호의 강화와 정보통신망의 안전성'이라는 측면에서, 황승흠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팀장은 '불건전정보규제'라는 측면에서 개정시안을 설명했다. 이에 상당수 참석자들은 "시안이 지나치게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종원 서울 YMCA 시민사회개발부장은 "2조 6항의 불법정보에 대한 규정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행정당국이 이를 자의적으로 이용할 여지가 있으며 이로 인해 정보이용자의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윤종성 데이콤 상무이사도 "개정시안에 불법정보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청소년 유해정보 규제를 명분으로 도입하려는 인터넷 내용등급표시제도 도마에 올랐다.
신종원 부장은 "등급표시를 공적기관에서 주도하겠다는 것도 시대착오적이지만 그 구체적 내용이 모두 대통령령으로 위임된 것은 법률의 예측가능성을 포기한 행위"라고 힐난했다. 이종필 변호사도 "등급표시의 주체를 민간으로 하는 게 당연한 시대적 요구"라고 거들었다. 답변에 나선 라종화 정보통신부 정보이용보호과장은 "내용등급표시제는 사전심의와는 다르며 자율등급제의 정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즉 '19세 이상 관람가' 형식이 아니라 '이 내용은…입니다' 라는 식으로 정보제공자가 내용에 대해 표시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또한 정부가 사이버 공간을 통제하고 감시하려는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고 우려하고 그 근거로 '사업자가 모든 로그를 보관'하도록 한 조항과 '불량이용자 DB구축을 의무화'한 조항 등을 제시했다.
개정시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들인 시간과 비용을 공개해줄 것을 요구하는 참석자도 있었다. 또한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보호센터가 인터넷유해정보에 대한 모니터 결과를 언론에 공개한 시점(7월 18일 조선일보)도 눈총을 받았다. "그간 아무런 일도 안하다가 공청회를 앞두고 특히 보수적인 언론의 시선을 끌어서 규제쪽으로 여론을 몰아가려는 술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김종남 YMCA 열린정보센터 사무국장의 지적에 참석자들은 공감을 표시했다.
정보에 관한 법인지 산하단체조직법인지 모를 만큼 위원회만 잔뜩 설치하고 법리상으로도 부실덩어리인 이런 법을 서둘러 만드는 의도에 대한 의혹이 가득한 공청회였다. "과욕을 부리지 말고 그나마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개인정보보호나 제대로 하라"는 요구에 대한 라 과장의 답변은 "전향적으로 생각해보겠다"는 한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