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취소 압력에다 손해배상 제소까지
국방부가 국민적 관심사인 '매향리' 문제에 불만을 표시하고, 산하 연구기관인 국방군사연구소 문제가 방송되는 것을 막기 위해 터무니없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국방송공사에서 지난 달 30일 방영한 '추적 60분 - 매향리 그후, 우리정부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프로그램 방송 후, 지난 13일 방영될 예정이었던 '국방군사연구소는 왜 갑자기 해체되었나'(연출 최기록)가 20일로 미뤄져 국방부의 압력설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방송공사 노조와 추적 60분 제작진은, 국방군사연구소 관련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부터 국방부가 여러 경로를 통해 방영취소를 요청해 왔고, 매향리 프로그램 방송직후에도 국방부 공보관이 직접 제작팀을 찾아 방영예정 아이템 취소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개각을 앞두고 조성태 국방부 장관에게 불리한 내용이 나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 3일 한국방송공사가 방영한 <추적 60분>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방송돼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박권상 한국방송공사 사장 등 4명을 상대로 4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7월 30일에 방송된 '추적 60분'은 "우리 정부와 국방부 등은 지난 50년 동안 매향리의 고통을 감추고, 축소하고, 왜곡하기에 급급했다"고 강조하고, 매향리 주민들의 증언과 국방부 자료, 매향리 사격장 시간표 등을 토대로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방부 차영구 정책기획국장 등 4명은 <추적 60분>의 방송내용 중 하루 13시간의 폭격훈련과 지난 50년 동안 훈련으로 인해 매향리 주민 12명이 사망했다는 부분에 대해, "주한미군 훈련은 하루 평균 3~6 시간동안만 실시됐으며, 사격훈련으로 인한 사망자는 66년의 단 한 명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방송공사가 세심한 사실확인 없이 경솔하게 방송해 국민적 관심사인 매향리 사건 소관부서인 국방부의 국민적 신뢰도에 씻을 수 없는 타격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진표 <추적 60분> 프로듀서는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10시, 12시까지 사격훈련이 실시됐다는 것을 증언할 사람들은 매향리 주민 전체다."라며 97년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 98년 쿠니 사격장의 사격시간표를 제시했다. 또 사망자 숫자와 관련해 제작진은 "오폭이나 불발탄에 의한 사망자만 12명이고 제대로 진상조사를 실시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국방부를 공박했다. 제작진은 "제 나라 국민의 사망자 숫자도 모르는 국방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무슨 노력을 해왔는지 묻고 싶다"고 일침을 놓았다.
한편 방송공사 노동조합은 지난 4일 "자국민의 세금으로 타국 군대의 소송을 대리하는 지구상 유일한 국방부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